[전문기자칼럼]'함께' 갑시다, 미래 디스플레이 시대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새로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 전략을 구상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내년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 준비와 예비타당성 조사가 한창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정부가 세계 디스플레이 1등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상반기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시장을 선도 중인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물론 장비·부품·소재 등 후방 기업들도 물량을 대느라 주말에도 출근하는 등 비상근무를 하는 곳이 많았다.

압도적이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와 중국의 8세대 및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투자, 6세대 플렉시블 OLED 동시 투자가 큰 영향을 줬다. 패널은 수급 부족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디스플레이 시장 열기가 식었다. 패널 가격이 하락했고 삼성디스플레이 투자가 마무리돼서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이 투자 기조를 잇고 있지만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등 실적 고점을 다시 찍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1년과 2012년 불황을 혹독하게 겪은 국내 기업은 유례없는 호황에도 마냥 채용을 늘리지 못했다. 장비 기업의 경우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으로 수주 물량이 몰리자 공장을 임대하고 채용도 했지만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먹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생길지 불투명하다.

당장 공급이 빠듯한 와중에 미래를 고민하는 기업도 늘었다. 늘어난 이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력 확대, 제품 다변화 등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커졌다. 실적이 고점을 찍을수록 내려오는 길이 가파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주기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지만 최대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전략이 그만큼 절박하다.

최근 국내 업계에는 의미 있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취약한 후방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비, 재료, 부품 기업이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공동 연구개발 플랫폼을 조성하자는 움직임이다. 지금까지 특정 대기업 수요 맞추기에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선행 기술을 제안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변화가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 디스플레이 시대에 어떤 기술이 부상할지, 어떤 제품이 등장할지 아직 막연하다. 대기업인 패널 제조사도 불안하지만 연구개발 여력이 부족한 후방기업의 위기감은 더 크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 BOE는 두 번째 10.5세대 LCD 라인에 투자해 세계 대형 LCD 1위인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2020년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BOE가 6세대 플렉시블 OLED, 10.5세대 LCD 모두 당초 예상보다 순조롭게 양산을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국과 OLED 기술 격차가 5년이라고 하지만 공격적으로 미래 기술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은 기술과 시장 패러다임 변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변화를 맞았다. 개별 기업의 전술도 중요하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업과 개방 전략도 중요하다. 후방기업은 물론 전방기업의 강한 참여 의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정책 아이디어를 기대한다.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호황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