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미 FTA 개정 '줄다리기' 스타트…양국 입장 '팽팽'

[이슈분석]한미 FTA 개정 '줄다리기' 스타트…양국 입장 '팽팽'

# 우리나라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양국은 22일 서울에서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한다. 지난달 12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협정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취지로 제안을 해온 지 40여일이 지난 시점이다. 당초 자국인 워싱턴DC에서 열자는 미국측 제안은 우리나라 주장이 받아들여져 서울로 변경됐다. 특별회기 시작 전부터 치열했던 기싸움에서 일단 밀리지 않은 셈이다. 특별회기는 시작되지만 실제 FTA 개정 혹은 수정까지 이르기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한미 간의 입장 차도 극명하다. 향후 협상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회기에서 부상할 쟁점들과 업종별 영향, 향후 전망 등을 점검한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는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요청하면 30일 내에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미 양국은 특별회기 개최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미 USTR 요청이 접수된 시점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하기 전이었고, 정부조직법도 개정되지 않아 통상교섭본부도 설치돼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런 와중에 마치 허를 찌르듯 미국 측 요청이 접수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 기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한미 FTA=나쁜 FTA'라는 명제 하에 우리나라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

이에 우리나라는 협상 파트너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개최 장소도 서울로 해달라는 실무협의를 이어가면서 기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서울 개최라는 '홈 어드밴티지'를 확보하면서 일단 밀리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자국 수석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USTR 대표가 방한하지 않고, 특별회기 시작과 동시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영상회의를 갖기로 했다. 한미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며 실리를 챙긴 셈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의 입장이 다급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별회기 개최 시점과 장소가 모두 우리 측 입장이 반영됐다. 또 라이트하이저 수석대표가 방한하지는 않지만 제이미어슨 그리어 USTR 비서실장,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 등 1급에 해당하는 인사 세 명이 방한하는 것은 사실상 '총출동'에 비견된다는 해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특별회기를 빨리 시작하자는 입장이었고, 반면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자는 미국측 주장과 FTA의 상호호혜성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논의하자는 우리측 입장도 분명해 단번에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 전체를 아우르는 협상 전략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임하겠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등의 표현으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특별회기에서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합의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어떻게든 FTA 발효 이후 자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확대를 문제 삼으며, 자동차와 철강 등의 분야에서 FTA 협정 개정 혹은 수정을 요구할 전망이다. 미 상부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77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측 통계는 232억달러로 큰 차이가 난다. 통계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이지만, 한미 FTA 개정을 주장하는 근거부터 양측이 다른 시각을 갖고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가 발효 이래 지난 5년간 양국 간 교역, 투자, 고용 등에 있어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한미 FTA 발효 이후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 연구, 평가를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 산업계 일각에서 한미 FTA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우리나라에 유리한 조건이다. 마리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최근 한미 FTA 폐기 혹은 전면적인 개정과 관련해 '성급한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의 전략 대결도 관심 사항이다. 김 본부장은 10년 전 한미 FTA 협상을 책임지며 '협정문을 전부 외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도면밀한 전략가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사로 '냉철한 협상가'로 분류된다. 초반부터 치열한 전략 대결과 수싸움이 예상된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는 이번에 처음 개최되고 양국 입장이 첨예하게 달라 향후 절차나 일정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에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한미 양국이 과도한 신경전을 벌이기 보다는 신뢰를 구축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차원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