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9>미래의 길목에 선 방해꾼 정부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lt;29&gt;미래의 길목에 선 방해꾼 정부

기업이 인공지능(AI)에 채용을 맡기기 시작했다. 유전자 분석이나 시장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던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이 인력 시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작업을 대신하고, 무인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세상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0년밖에 안 된 변화를 감안하면 10년 후 미래는 상상조차 어렵다.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모바일, 정보 보호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경제, 사회,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기술, 정책, 문화도 미래에 맞는 옷을 입을 때가 됐다. ICT와 산업 융합으로 생긴 중복 규제, 산업 간 갈등 등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가 '미래로 가는 길의 방해꾼' 노릇을 하고 있다. 출범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4차 산업혁명 청사진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조직과 역할을 축소시켰다. 4차 산업혁명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 즉 '4차 산업혁명, ICT 르네상스, SW 강국의 의미를 아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lt;29&gt;미래의 길목에 선 방해꾼 정부

정부가 무지하면 미래의 방해꾼이 된다. 4차 산업혁명 미래를 예측 못하고, 기반 기술과 문화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 수립은 엉망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이스라엘 등 먹거리 창출 전략을 보면 변화의 시급성을 알 수 있다. 낙도와 오지의 의료 보편화에 기여하는 원격의료, 국방력 증강과 군사 인력 감축에 유효한 국방 지능화, 위험으로 인한 인명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공사로봇 등을 모르면 정책 수립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겁이 많으면 미래의 방해꾼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작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용기와 결단이다. 유전자 질병 검사가 일반화되고, 무인자동차가 거리를 달리는 시대를 과거 규제가 막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습다. 감사 눈길을 피해 다니느라 바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미래를 위해 정부 스스로가 감사와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설혹 잘못된 일이 생기더라도 얻어지는 이익이 크다면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예산을 국방 지능화에 투입하기를 망설이는 것도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정부가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의 방해꾼이 된다. 4차 산업혁명은 부화하는 병아리처럼 현실을 깨는 혁신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체제에서는” 또는 “현재 제도에서는”이라고 변명하는 한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미래는 없다.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정부의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기획하고 조정하고 평가하는 일뿐만 아니라 규제 철폐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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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도자가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기술과 정책을 모두 숙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일은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미래 만들기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방해꾼은 되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미래 청사진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시행하는 정부, 경제 성장으로 일자리 창출과 복지 정책을 현실화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