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날리는 IFA '석달 지나도록 0건'...비독립 일반 자문사 신규 등록만 줄이어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가 외면받고 있다. 제도가 도입된 지 석달이 지나도록 단 한 건의 업체 등록도 없다. 오히려 비독립 일반투자자문업자(FA) 등록 신청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을 제공하려던 당초 의도와는 다른 결과다.

파리날리는 IFA '석달 지나도록 0건'...비독립 일반 자문사 신규 등록만 줄이어

IFA는 일반 자문업자와 달리 특정 금융상품 및 판매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금지된다. 자문을 해준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특정 상품 판매를 대가로 증권사나 은행에서 수수료를 받는 일반 자문업자와 다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및 투자권유자문인의 투자자문업 신규 등록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집합투자증권 판매를 자문하는 투자자문업 신규 진입을 위한 자본금 요건을 크게 낮추면서 등록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1억원 규모 자문업자들도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부터 집합투자증권(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대상으로 한 투자자문업 자본금 요건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데 따른 결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요건이 크게 낮아지면서 자본금을 수혈받아 자문사 설립에 나서는 펀드매니저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중점 육성하고자 했던 IFA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반 자문업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IFA 제도 시행이 석 달이 지나도록 금감원에 신규 등록 또는 전환 등록을 신청한 사례는 단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제도 도입 이전까지만 해도 IFA 전환을 고려했던 투자자문사들도 대부분 이제는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IFA 제도 시행에 맞춰 서둘러 구축한 증권사 온라인 자문플랫폼도 대부분 일반 자문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투자자문사들은 증권사와 제휴해 수수료를 취득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독립 자문사라는 점을 내세운다 해도 투자자들에게 유인할 만한 상품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는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이 영업 직원을 줄이고 투자권유대행인(투권인)으로 영업 채널을 바꿔가는 상황에서 증권사와 독립된 위치에서 자문 수수료로 돈을 벌라는 발상은 다소 순진하다”면서 “차라리 등록 요건을 더욱 확 낮춰 투권인을 자문업자로 흡수하는 편이 현실성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인력과 점포를 줄이면서 금융투자업계 영업 직원 빈자리는 투권인이 채우고 있다. 실제 2012년말 3만3000여명에 이르던 증권사 정규직원 수는 올해 6월말 기준 2만6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에 등록한 증권투자권유대행인은 2010년 2653명에서 2017년 6월 현재 6743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권유대행인은 “투권인 사이에는 증권사에 다른 투권인을 소개해 수수료를 약정에 따라 분배하는 등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각 증권사들이 인력을 줄여 투권인 유치에 활발히 나서는 상황에서 독립된 채널로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 IFA 활성화보다는 투자자문사 신규 등록 요건 완화에 공을 들이는 처지다. 금투협 관계자는 “자본금 요건보다도 소형 자문사는 고정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공동 사무실만 있어도 등록이 가능하게 하는 등 자문업 등록 요건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