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전기차 정책, 이젠 변화할 때

김성태 이버프(EVuff) 공동대표.
김성태 이버프(EVuff) 공동대표.

최근 전기자동차 민간 보급 확대와 전기차 운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2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나는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이 복잡한 입주민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홍의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전기차 충전소에 일반 차량의 주차를 금하는 법안이다.

이들 개선안은 환경 친화형 자동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차 이용자가 손쉽게 주차·충전 시설을 이용하도록 한 취지로, 현재 전기차 이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개선안이자 앞으로 맘 편하게 친환경차를 타게 될 사람들까지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공동주택 충전기 설치 개선안은 아쉽게도 여론의 무관심으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기충전 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주차구역 마련이 필수다. 그러나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없어 자신의 아파트에 충전기 설치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상가관리단, 입주 가구 3분의 2 이상의 설치 동의를 구해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평소에 다루지 않은, 10장이 넘는 관련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등 큰 불편함이 있다. 이런 복잡한 절차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또다시 국회 상정이 무산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반면 전기차 충전소에 일반 차량 주차 금지 법안은 현재 국회 소위원회 논의가 시작돼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충전소 자리를 일반 차량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어 전기차 이용자의 불편함이 커 이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제주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등 전기차 충전소엔 충전이 필요 없는 일반 내연기관차가 주차된 채 방치되고 있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충전기 앞에 차를 대야 하는데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반 차량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결국 장애인 주차 공간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과 달리 전기차 충전소는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없어 이를 단속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전량이 부족해서 급한 마음에 충전소를 찾았지만 일반 차량이 주차해 있다면 이보다 끔찍한 일은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전기차 민간 보급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조금을 주는가 하면 충전에 필요한 전기 요금도 50% 할인해 주고 있다 또 다음 달부터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이용자에 한해 고속도로 통행료 50%를 면제해 준다. 여기에 국회 중심으로 우리 정부도 유럽, 미국 등 선진국처럼 친환경차 판매의무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탄소 배출 저감 등 기후변화 협약에도 대응하면서 후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의지만큼이나 실제 전기차 이용자 환경은 아직 괴리감이 너무도 크다.

이는 정부의 전기차 정책 초점이 '보급'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차 판매와 충전인프라 구축에 최우선 과제를 두고 있지만 반대로 그 인프라를 이용하는 사용자들 요구에는 별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충전소 고장 시 대안이나 복잡한 공동주택 충전기 설치 과정을 완화해 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지만 수년째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정책이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보급'과 '개선' 투 트랙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충전인프라만 늘리지 말고 전기차를 맘 놓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김성태 이버프(EVuff) 공동대표 mediatec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