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81> 나만의 데이비드(David) 찾기

영어 이름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피터(Peter)는 굳셈, 루이스(Lewis)는 용기, 리처드(Richard)는 강함이라 한다. 앤(Ann)은 은혜, 캐서린(Catherine)은 순결, 제니퍼(Jennifer)는 '매력'이다.

흔한 이름 가운데 데이비드(David)를 빼놓을 수 없다. 포크마이네임닷컴에 따르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흔한 이름이라 한다. 데이비드라고 불리는 사람이 셀 수없이 많이 있는 셈이다. 그 가운데 한 사람만 꼽으라면 단연 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주인공 데이비드(다윗)다. 출중한 외모에다 왕의 삶을 살았으니 '사랑받는'이란 뜻이 무색하지 않다.

여하튼 데이비드에게 일곱 형이 있다. 민심이 왕에게서 떠나자 지도자는 제시(Jess) 집안에서 후계자를 찾았다. 제시는 일곱 아들을 불러 선보인다. 마땅하지가 않다. “이들이 전부요?”라고 사람이 묻는다. “지금 들판에서 양 치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막내가 하나 있습니다만….” 이렇게 불려온 이가 바로 다윗이다. 정작 아버지가 자랑한 일곱 형이 아니라 급히 뛰어오느라 땀 흘리며 허드레옷 차림의 한 소년이 다음 왕으로 선택된다.

기업에도 여러 자랑거리가 있다. 성능이며 디자인,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 있다. '다음 차례는 뭐죠'란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혁신이 필요한가. 시장은 어디로 펼쳐지고 있나.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81> 나만의 데이비드(David) 찾기

멜리사 실링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에게 많은 기업이 물었다. “어떤 혁신에 투자해야 할까.” 실링 교수는 사례를 한 가지 들었다. 1990년대 중반께다. 오디오 포맷을 놓고 다시 한판 전쟁을 치를 태세다. 도시바와 히타치가 DVD 오디오를 내놓는다.

소니와 필립스도 슈퍼 오디오 CD로 반격한다. 전쟁은 시작되는 듯 보였다. 결론은 싱겁게 끝난다. 시장은 엉뚱하게도 새로 나온 MP3로 쓸려 간다. 모두 경쟁의 핵심은 음질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선택했다.

1999년 냅스터는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다. 다음은 지금 아는 바와 같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 오늘 우리는 도시바와 소니의 혁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MP3 같은 새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까. 또 선택할 수 있을까.

실링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은 기고문에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혁신의 디멘션을 찾으라. 혁신은 여러 방향으로 일어난다. 개인용컴퓨터(PC)를 보자. 이곳에서 혁신은 크기와 속도라는 두 가지 디멘션이다. 기능과 성능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숨은 본질적 요소를 찾아보라.

둘째 포지셔닝이다. 도시바와 소니는 음질로 경쟁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생각은 달랐다.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 디멘션은 포화된 셈이었다. 다른 디멘션은 어떨까. 언제 어디서든 이런저런 기기를 옮겨 다니며 들을 수 없을까. 편리함이란 디멘션은 열려 있은 셈이었다. 소니와 도시바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레드오션이었다. MP3는 편리함이라는 블루오션 디멘션에서 나왔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81> 나만의 데이비드(David) 찾기

셋째 전략 디멘션을 찾고, 집중하라. 질문은 한 가지다. 내가 무엇에 집중할 때 소비자가 가장 크게 만족할까. 자동차 산업의 혁신 디멘션은 속도, 비용, 안락함, 안전이다. 타타자동차 나노를 보자. 경쟁 제품은 스쿠터다. 가격은 저렴해야 한다. 엔진은 2기통, 라디오, 파워핸들, 에어백, 에어컨은 없다. 와이퍼나 백미러도 1개뿐이다. 충돌 테스트에서는 숫제 점수를 받지 못한다.

주어진 문제는 단순하다. 4개 디멘션 가운데 무엇을 택해야 할까. 타타는 안락함을 택한다. 2017년 나노에 에어컨, 파워핸들을 단다. 에어백은 뒤로 미룬다.

제시에게 일곱 아들은 모두 더없이 자랑스럽다. 일곱 가운데 누가 다음 왕이 되더라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작 선택된 이는 헐레벌떡 뛰어오느라 채 가축 냄새가 가시지 않은 앳된 소년이었다. 보이는 것은 신제품이다.

실링 교수는 그 뒤에 감춰진 혁신 디멘션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역사책은 그날 밤을 이렇게 적는다. “등잔불을 켠 어두운 천막 안에서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나만의 데이비드 찾기가 필요한 때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