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산업 '뇌관'으로 지목된 노사관계…“대립 관계로는 미래 없다”

산업계, 학계, 연구계가 내수·수출·생산 '3각축'이 모두 위기에 빠진 국내 자동차 산업이 노사관계를 협력관계로 개선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우려했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과 고임금·저효율 구조는 투자 유치와 연구개발(R&D)을 저해하고, 이는 다시 미래 산업 준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산업 전반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2일 오전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이정우 영신금속공업 사장,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수옥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황은영 르노삼성자동차 본부장, 이영섭 한국자동차부품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지만 연세대학교 교수,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2일 오전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이정우 영신금속공업 사장,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수옥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황은영 르노삼성자동차 본부장, 이영섭 한국자동차부품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지만 연세대학교 교수,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2일 오전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용근 회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은 세계 3위에서 5위로 떨어졌고, 생산량도 5위에서 6위로 하락하면서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할 시점에 중국·멕시코 등 후발 국가에 바짝 쫓기고 있다”면서 “30년 동안 계속된 노사 대립 관계, 인건비,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자동차 산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 위기가 계속되면 회복 모멘텀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근 회장은 특히 매년 반복되는 자동차 업계의 파업이 높은 인건비와 파업에 따른 국민 경제 손실,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연결돼 국내 기업 투자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중립 입장에 있는 전문가가 주도하는 '노·사·정 협의기구'를 가동, 노사 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국내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 국내 자동차 산업 노사관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수욱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와 노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자동차는 인건비 부담이 높은 산업으로, 고정비(인건비)가 높아지면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입되는 R&D 역량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사관계 재정립이 선행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도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임금 구조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인건비가 10%를 넘으면 수지가 안 맞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2% 수준”이라면서 “토요타나 폭스바겐은 9%를 넘지 않는다. 고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근 회장은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서는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용근 회장은 “법의 통상임금 정의가 백지 상태여서 노동부 지침 아래 노사가 협의, 최대한 인상해 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합의를 깨고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해 덤으로 얻어낸다는 자체가 신의칙을 저버린 '이중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 1심 선고가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노동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사장은 “통상임금 소송 분은 과거 분(소급 분)이어서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그에 따르면 되지만 걱정은 미래 분으로, 자동차 산업은 특성상 야근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면서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 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사장은 “통상임금 관련 노동부 지침과 법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하나로 정리해서 불확실성을 없애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내수·수출·생산은 모두 2년 연속 감소했다. 부품 수출 역시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다. 공장가동률도 2014년 96.5%에서 올해 상반기에 93.2%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4조원(34억달러)으로 폭스바겐(151억달러), 토요타(95억달러)의 20~30%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에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지난해 기준 9213만원으로 토요타(9104만원), 폭스바겐(8040만원)보다 높았다. 또 국산차 5개사 매출액 대비 평균임금 비중도 12.2%로 폭스바겐(9.5%), 토요타(2012년 7.8%)를 뛰어넘었다.

<최근 자동차산업 동향 (단위 : 만대, %) / 자료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무역통계>


최근 자동차산업 동향 (단위 : 만대, %) / 자료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무역통계

<주요 자동차업체의 R&D 투자 및 매출액 비중(2016)>


주요 자동차업체의 R&D 투자 및 매출액 비중(2016)

<주요 자동차업체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2016)>


주요 자동차업체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2016)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