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상현실, 3D TV와 달리 곧 현실이 된다

[기고]가상현실, 3D TV와 달리 곧 현실이 된다

2009년 제임스 캐머런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로 시작된 3차원(3D) 영상의 거센 바람을 기억할 것이다. 특히 세계 TV 시장 50%를 점유한 정보기술(IT) 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후 몇 년 동안 3D 영상 시장 선점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 반응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았고, 2012년을 정점으로 3D TV 시장은 차갑게 식어 갔다. 집에서 3D TV를 시청하는 가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2014년. 가상현실(VR) 열풍이 시작됐다. 거대 IT 기업 페이스북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의 작은 기술 스타트업에 불과하던 오큘러스를 2조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인수한다는 소식이 기점이었다.

삼성전자가 오큘러스와 협력해 기어VR라는 휴대형 VR 기기를 내놓기는 했지만 3D TV 선두주자이던 우리나라는 VR 시장 진출에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VR를 “기존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파괴하는 새로운 미래”라고 칭송하며 변화의 물결에 뛰어들었다. 구글(카드보드, 데이드림), 마이크로소프트(MS: 홀로렌즈), 소니(플레이스테이션 VR)와 중국의 많은 IT 기업이 VR 기기를 선보이고,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사들은 VR 콘텐츠를 준비했다.

2017년은 VR가 다소 주춤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해다. 선두 주자 오큘러스 리프트가 기대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싼 가격이 하나의 원인이었다. 선두 주자의 주춤하는 모습이 VR 플랫폼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준비하던 많은 회사에 부담이 됐고, 그런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던 국내 VR 업계를 다시 뒤로 물러나도록 한 듯하다.

그렇다면 VR는 3D TV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3D TV는 기술 완성도가 이미 충분히 성숙된 이후에도(기존의 일반 TV 가격만큼 3D TV 가격이 떨어진 이후에도) 쓸모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3D는 TV 콘텐츠 가운데 극히 일부 콘텐츠(영화)에서만, 그것도 전용 안경을 써야 하고 작은 화면으로 봐야 한다는 불편을 감수할 때만 효용 가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몰입감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VR와 VR 기기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은 아직 기술이 그만큼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VR 콘텐츠를 집에서 감상하기 위해 3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다. 스마트폰 위에 카드보드를 끼워 경험하는 VR는 그 개념 이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차원의 몰입 정도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충분히 완성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VR 세계는 3D TV가 보여 줄 수 있는 세계와 차원이 다르다. VR는 '그곳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다. '그곳'은 영화나 게임 속 세상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일 수도 있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장소일 수도 있다. 핀란드와 브라질 한류 팬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엑소나 방탄소년단의 고척 돔 라이브 공연을 그곳에 있는 듯한 몰입 정도'로 동시에 경험하는 상상을 해 보면 경험의 가치가 현장 입장표 값에 버금갈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미국프로농구(NBA)와 미식축구리그(NFL) 같은 대형 스포츠 중계에 VR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때마침 2018년 3월 개봉 예정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작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은 VR가 완성된 미래를 소재로 하는 영화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면 VR는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버즈워드(언급되는 단어)가 될 것이다.

'그곳에 가는 경험'은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이 모두 그곳에 가는 듯한 착각이 이뤄질 때 실현된다. VR 음향 전문 업체 가우디오랩을 비롯해 세계의 VR 기술 회사는 이와 같은 미래를 지금 만들어 내고 있다. 거대 IT 기업은 이런 미래 기술에 천문학 규모의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 o@gaudio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