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기술·통신요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23일 입법 예고했다. 지난 7월 통신정책 간담회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연내 입법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이다. 이 속도라면 10월 2일까지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과정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규모 손실과 전방위 경영 간섭이 발생할 수 있는 '무리한 규제'라며 행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기업들의 토로에 밀어붙이기 강수로 답하고 있는 것이다.

강력하게 추진되는 '규제' 정책과 다르게 정보통신 성장 동력 '육성' 정책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앞서 22일 진행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안착과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프로젝트를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정책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새로운 ICT 산업 육성 정책은 통째로 실종됐다. 최우선 과제이던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도 진전된 것이 없었다. 여기에 범정부를 아우르겠다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총리급에서 장관급으로 낮추는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까지 의심하게 했다.

정부 정책에는 육성과 규제라는 양날의 검이 작동한다. 정보통신 정책도 마찬가지다. 기업 투자를 유도해 앞선 ICT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산업·시장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그 기반에서 부가 가치 창출과 통신 요금 인하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다시 투자를 유도하는 선순환 규제·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과기정통신부는 '과학기술·통신요금부'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횡행하고 있다. 출범 후 행보만을 놓고 보면 농담으로 넘기기엔 뼈가 느껴진다.

'과학기술·ICT 혁신으로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어 간다'는 부처 슬로건에 맞는 규제·육성 균형 정책으로 하루빨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