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기업 역차별 해소 목소리 비등...법제도 개선 필요

국내 인터넷기업 역차별 해소 목소리 비등...법제도 개선 필요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의 그림자가 전 세계에 걸쳐 커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최근 구글이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문제로 천문학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 공룡 기업은 그동안 차별화한 언어 특성과 역동성으로 독자 시장을 이루고 있던 우리나라에도 영향력을 확대했다. 구글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가운데 70%를 넘게 차지한다. 유튜브는 동영상 방문자 수에서 1위다. 2위인 네이버와는 3배가량 차이가 난다. 검색 역시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 역차별 해소 목소리 비등...법제도 개선 필요

페이스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야의 총 체류 시간에서 네이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글로벌 IT 공룡 기업이 국내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자본력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규제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국내 인터넷기업 역차별 해소 목소리 비등...법제도 개선 필요

누구나 선만 연결되면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평평한 세상'이어야 할 인터넷이 국내기업 역차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페이스북은 세금과 통신망 이용 비용조차 국내 기업보다 덜 내면서 가입자와 수익을 쓸어 담고 있다”면서 “이에 비해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기업은 개인 정보 이용이나 콘텐츠 활용 규제로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로 세금이 꼽힌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유한회사란 점을 이유로 실적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공시·감사 의무도 없다. 여기에 세율이 낮은 국가에 실제로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 명목회사를 설립한 뒤 지식재산권(IP), 이자, 배당 등으로 소득을 집중시켜서 세금을 낮추거나 회피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해외 기업 9532개 국내 법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법인세 납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구글세'를 매기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국적 기업이 고세율 국가에서 얻은 수익을 특허 사용료나 이자 등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 계열사로 넘겨서 절세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규모는 연간 10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유로 규제를 벗어나는 사례도 많다. 국내 기업이면 응당 지불해야 하는 트래픽에 따른 망 이용 대가를 정산하지 않거나 낮은 요율로 지불한다. 개인 정보 보호나 저작권 사안에서도 벗어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국내 기업이면 당연히 내야 할 세금과 트래픽 비용 등을 회피하면서 그 비용을 연구비와 미래에 투자한다면 국내 기업보다 비교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금 납부, 고용 창출, 법규 준수 등에 앞장서는 국내 기업은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돼 시장에서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U가 올해 6월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역대 최대 과징금 24억2000만유로(약 3조700억원)를 부과한 것도 공룡 기업의 독점을 저지하자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데는 이들의 강력한 힘과 함께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만들어진 불공정 법과 제도가 한몫했다”면서 “기울어진 인터넷을 바로잡기 위해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