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충전기 보조금, 수혜는 중국 기업

국내 전기차 충전기 시장을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환경공단과 한국전력이 발주한 물량 70% 이상을 중국산 충전전원장치 탑재 제품이 따냈다. 최근에는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애써 개발한 국산 제품 대신 저가 중국산으로 입찰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중국산 점유율 확대가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심각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칫 국산 전기차 충전기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국책과제를 통해 정부가 개발을 지원해 왔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도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자체 개발해 국산 제품으로 영업하는 업체가 적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우리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중국산이 아니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입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보조금까지 써가며 구축하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실제 수혜는 중국 기업이 보는 셈이다. 세금으로 중국 경쟁사를 키우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 확대로 2000만원 전후 급속충전기 가격이 최근 1400만~1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은 충전기 시장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국산은 발붙이기 어려워진다.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안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또 업계는 고성능, 고안전성 제품 개발에 노력하기보다 저가 경쟁에만 뛰어드는 상황이 확산할 가능성도 크다.

업계는 값 싼 중국산이 확산한 배경은 안전과 품질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기준이 불분명한데 있다고 강조한다. 발주처조차 품질은 물론 향후 유지보수를 우려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전기차 충전기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은 고사하고 만다. 안전사고도 전기차 확산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