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업,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7)티이에스

티이에스가 2009년 양산을 시작한 8세대 LCD용 진공 이송 로봇 (사진=티이에스)
티이에스가 2009년 양산을 시작한 8세대 LCD용 진공 이송 로봇 (사진=티이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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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이에스는 대형 디스플레이 챔버 안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안정적으로 이송시키는 '진공' 이송 로봇을 전문 공급하는 산업용 로봇 장비 기업이다. 2004년 10월 창립 후 디스플레이·반도체·태양광용 진공 이송 로봇을 공급하며 국산 산업용 로봇 기술을 국내외 시장에 알렸다.

한국의 로봇 생산량은 세계 상위권에 속하지만 기술력은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해 상당히 뒤떨어졌다고 평가받는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물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특화된 로봇 수요가 증가했지만 특화 로봇 시장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국내 기업은 찾아보기 드물다.

티이에스는 첨단 기술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산 진공 이송 로봇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티이에스가 일본에 수출한 10세대 디스플레이용 진공 이송 로봇. 직원들이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수출을 앞둔 진공 이송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티이에스가 일본에 수출한 10세대 디스플레이용 진공 이송 로봇. 직원들이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수출을 앞둔 진공 이송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진공 이송 로봇은 증착 공정이 이뤄지는 챔버(진공상태의 공간) 안에서 사용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8세대, 10세대, 10.5세대 등 가로·세로 길이가 사람 키보다 훨씬 큰 2미터, 3미터에 달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옮기는 로봇이다.

진공 이송 로봇은 일반 대기압 상태에서 사용하는 이송 로봇과 달리 400℃ 이상의 고온과 진공 상태의 챔버 환경을 견뎌야 한다. 기판 두께가 수 밀리미터(㎜) 수준으로 얇은 만큼 기판이 커질수록 처짐 현상이 발생한다. 얇고 가벼워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진다.

게다가 진공 상태에서는 기판 처짐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패널과 증착 챔버 내 환경 특성을 감안해 안정적으로 패널을 옮기는 게 핵심 기술이다. 기판이 처지거나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파티클 발생도 최소화해야 한다. 상당한 수준의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디스플레이용 진공 이송 로봇은 일본 다이엔, 산쿄, 야스카와가 장악해왔다. 로봇 기술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기업의 높은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티이에스는 진공 이송 로봇을 국내외 기업에 꾸준히 공급했다. 2012년 글로벌 장비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협력사가 되면서 성장을 시작했다. 세계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시장 1위인 어플라이드에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과 2017년은 티이에스가 다시 한 번 기술력을 입증한 해다. 2016년 샤프에 10세대 액정표시장치(LCD)용 진공 이송 로봇을 공급했다. 올해는 중국 BOE에 10.5세대 LCD용 제품을 공급해 초대형 기판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특히 BOE 10.5세대 공급 사업은 경쟁사인 일본을 제치고 전체 물량을 수주해 더욱 의미가 컸다. 좋은 제품은 물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빠르게 대처하는 고객대응(CS) 체계 경쟁력까지 높이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안승욱 티이에스 대표는 “그동안 어플라이드에 진공 이송 로봇을 납품하는 물량이 일본 경쟁사들보다 적었지만 BOE 10.5세대 프로젝트에서는 경쟁사를 제치고 티이에스가 전체 물량을 확보했다”며 “글로벌 장비 기업과 해외 패널 제조사로부터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티이에스가 개발한 플렉시블 OLED용 진공 이송 로봇 (사진=티이에스)
티이에스가 개발한 플렉시블 OLED용 진공 이송 로봇 (사진=티이에스)

티이에스는 초대형 10.5세대 LCD는 물론 작년부터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진공 이송 로봇도 공급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급증하면서 공장을 새로 마련하고 인력 채용을 확대하는 등 바쁘게 대응했다.

티이에스는 국책 사업으로 재활 훈련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사고 등으로 걷기 힘든 환자가 잘 걸을 수 있도록 재활 훈련을 돕는 로봇이다. 신사업으로 수 년째 재활 훈련 로봇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의료 로봇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 꼽힌다. 기술 장벽이 높지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티이에스는 국립재활원과 함께 전동 이승보조 로봇 공급사업에 참여해 제품을 시범 공급했다.

<인터뷰> 안승욱 티이에스 대표

안승욱 티이에스 대표 (사진=전자신문DB)
안승욱 티이에스 대표 (사진=전자신문DB)

“처음 회사를 창업하고 진공 이송 로봇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말렸죠. 티이에스가 후발주자로 시작해 이 분야 국산화율을 높였고 이젠 세계적으로 기술을 인정받아 보람이 큽니다. 진공 이송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로봇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안승욱 티이에스 대표가 2004년 창업할 당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이송 로봇은 국내 기업 입지가 좁았다. 일반 대기압용 이송 로봇은 국산 제품이 많았지만 가격이 저렴했고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진공로봇은 외산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티이에스가 대형 진공 이송 로봇을 개발했지만 국산 제품을 인정해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이젠 국내 패널 제조사에 납품하며 기술력을 입증했고 글로벌 장비 기업 협력사로 활약하면서 일본 선두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작년과 올해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활황으로 티이에스도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작년 매출 491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외 패널 제조사에 공급 물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10.5세대 LCD와 6세대 플렉시블 OLED용 진공 이송 로봇을 모두 공급해 주요 기술에 적기 대응한 결과다.

티이에스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실적이 성장했고 해외에서 티이에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신사업으로 연구개발 중인 재활 훈련 로봇 사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안 대표는 “진공 이송 로봇은 장비 기업이 직접 채택해 패널 제조사에 공급하기도 하지만 진공 이송의 중요성 때문에 직접 진공 이송 로봇을 검토하고 제조사를 채택하는 패널사도 있다”며 “장비 제조사뿐만 아니라 패널 제조사에도 티이에스 브랜드와 CS 대응력을 알리며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직 한국이 로봇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산업용, 의료용 등 로봇이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고 각 산업에서도 특화된 영역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특화 분야 로봇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로봇을 만들다보니 전문성이 뒤쳐지는 것 같다”며 “산업용 진공 이송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의료용 재활 로봇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회사와 함께 국산 로봇 기술력을 높이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 1순위로 꼽았다. 국내 시장에서 전문 로봇 개발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 때문에 로봇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최근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늘면서 장비 기업들이 전문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로봇 분야 기업은 아직 시장이 작고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데 더 어려움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이 분야 전문가를 육성해 함께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