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마트-삼성 유통가 혁신에 주목하는 이유

과거 유통을 부가 가치 창출의 맨 끝단 정도로 여기고 시답잖게 여긴 적이 있다. '사농공상' 시절 이야기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접점이기 때문에 어느 시대든 혁신의 첨단이 항상 유통에 담긴다. 우리 시대 최고 혁명가라 할 수 있는 아마존 제프 베저스나 알리바바 마윈이 글로벌 혁신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유통 분야 경쟁력의 변천사는 대략 이렇다. 한때는 진열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다 오랫동안 가격이 경쟁력이었다. 이젠 경험이 경쟁력인 시대다. 사람들은 유통 공간 또는 시스템 안에서도 다른 경험을 얻고 느끼려 한다. 그래야 다시 찾는다.

유통체인 안에 먹을 것, 놀 것, 즐길 것, 읽을 것, 볼 것을 다 집어넣어 집적화시키는 경향도 이런 남다른 경험을 주기 위한 노력의 하나일 것이다.

이마트가 또 한 번 유통 혁신의 날개를 폈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매장 내 모든 광고·안내 디스플레이를 디지털 사이니지로 바꾸기로 했다. 단순히 보여 주는 방식의 변화라 여기지 않는다. 여기엔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비자 개인 취향과 구매 패턴 등의 변화까지 알아차리고 이를 구매로 연결시키겠다는, 요샛말로 '큰 그림'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도 단순히 디지털 사이니지 몇 대를 더 팔겠다는 전략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마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유통업체와 협업해 개발하는 '쇼핑 패턴 분석 기술' 시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는 결국 삼성전자 스마트디바이스 사용자와 연결되는 것이다. 진정한 일상생활의 스마트 연결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마트와 삼성의 이번 협력이 단순 보여 주기로 끝나면 안 된다. 한 단계 더 나은 혁신으로 발전해야 이마트와 삼성, 소비자 모두에게 값진 결과로 돌아온다. 한국 유통 현장에서 글로벌 혁신의 첫 사례가 만들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아마존·알라바바가 내놓은 혁신의 첫 단추를 한국 이마트에서도 만나 봤으면 한다.

이마트 계산대 위에 설치한 삼성 디지털 사이니지
이마트 계산대 위에 설치한 삼성 디지털 사이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