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편성한 2018년도 예산안이 429조원으로 확정됐다. 예산 규모가 처음 400조원을 넘어 '슈퍼예산'으로 불리던 올해보다 7.1% 많은 수치다.
대규모 증액에도 분야별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국정 과제를 반영해 일자리, 복지, 교육 예산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한다는 정책 방향에도 연구개발(R&D), 산업, 중소기업 예산은 소폭 늘리거나 오히려 줄였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박근혜 정부 때 급증한 문화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400조5000억원)보다 28조4000억원 많은 429조원으로 결정했다. 예산 증가율(7.1%)이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2018년도 4.5%)을 웃돈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편성한 2009년도 예산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은 새 정부의 국정 과제 추진 첫 해인 만큼 필요 수요를 적극 반영했다”면서 “국정 과제 외에도 최저임금 인상 지원 등 추가 정책 소요를 충분히 담아 사람 중심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예산 투입은 주요 국정 과제에 집중했다.
보건·복지·노동 예산을 올해 129조5000억원에서 내년도에 146조2000억원으로 12.9% 늘렸다. 보건·복지·노동 예산에 포함되는 일자리 예산은 '일자리 정부' 기조에 걸맞게 17조1000억원에서 19조2000억원으로 12.4% 확대했다. 출산 장려 아동수당(0~5세 아동에 월 10만원 지급) 도입, 중앙직 공무원 1만5000명 충원이 눈에 띈다.
교육 예산은 올해 57조4000억원에서 내년도 64조1000억원으로 11.7% 늘렸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42조9000억원에서 49조6000억원으로 15.4% 확대했다.
정부가 혁신 성장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지만 관련 예산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R&D 예산은 19조5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으로 0.9% 늘리는 데 그쳤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올해 16조원에서 내년도에 15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 예산 증액(1조2000억원→1조5000억원), 팁스(TIPS) 프로그램 지원 대상 확대 외에는 눈에 띄는 사업도 별로 없다.
SOC 예산은 올해 22조1000억원에서 17조7000억원으로 20% 삭감됐다. 축적된 SOC 스톡을 고려, 신규 사업을 최소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도·일반철도 건설 예산 등이 크게 줄었다.
박근혜 정부 때 급증한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6조9000억원에서 6조3000억원으로 8.2% 깎였다. 환경 예산도 6조9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2% 삭감됐다.
문재인 정부 5년(2017~2021년) 동안 예산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5.8%를 제시했다. 2021년에는 예산이 500조원을 돌파(500조9000억원)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재정 수입도 5년 동안 연평균 5.5% 증가, 재정 건전성 악화는 큰 걱정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내년 39.6%에서 2021년 40.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 부총리는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면서 “국제적으로도, 과거 추세를 고려해도 재정 건전성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