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기술탈취 변한게 없다"...공정위 직권조사 필요

"중소기업기술탈취 변한게 없다"...공정위 직권조사 필요

원사업자가 품질, 기술 테스트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 기술 자료를 요구해 내제화하는 등 기술탈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와 무관용 원칙의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중소하도급업체(이하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탈취 실태 파악을 위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 기술탈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조사는 기술 자료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117개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심층조사 인터뷰(방문 또는 전화)에 응한 업체는 단 9곳이었다.

현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 기술 자료를 요구하거나 유용하는 행위는 하도급 4대 불공정행위에 포함된다. 수급사업자가 입은 피해금액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최근 정액과징금도 도입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원사업자는 단가조정, 품질관리, 사후관리 등 명목으로 수급사업자에게 기술 자료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단가인하, 물량감소, 거래단절 등 피해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A중소기업 대표는 “원사업자는 품질이나 기술 테스트를 이유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이 기술 자료를 내재화하거나 다른 업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유용한다”며 “원사업자가 적절한 보상을 하고 기술을 가져다 쓰면 문제될 일이 없지만 우리 기술을 자신들의 원가절감이나 연구실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계약 시점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납품단가 인하로 이어졌으며 기술 자료를 다른 협력업체로 유출해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게다가 기술 자료를 직접 내재화하거나 계열사로 유출시키는 사례까지 있었다.

수급사업자를 상대로 한 기술탈취가 발생하고 있지만 공정위 신고 사건은 많지 않다. 기술탈취 조항이 신설된 2010년 이후 공정위로 신고 건수는 23건(16년 11월 기준)에 불과했다. 이중 8건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거나 기술 자료에 해당되지 않아 사건이 종결 처리됐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기업은 기술탈취 행위 신고가 익명성 보장이 잘 되지 않고, 신고하더라도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술탈취는 중소수급사업자 경쟁력을 저해하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지만 신고가 적어 사건처리 실적이 저조했다”며 “기술탈취 만큼은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최고 수준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하는 등 무관용 원칙의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