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유연하고 휴대 가능한 전기 변색 투명 종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빛의 양에 따라 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고, 외부 전원 없이 구동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은 현승민 나노응용역학연구실 박사, 한승민 KAIST 교수 공동연구팀이 기능이 다양한 휴대형 유연 전기 변색 투명종이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광 반응 전기 변색 투명 종이는 빛이 강할 때 검게 변해 빛을 차단하고, 빛이 약할 때는 투명해져 빛을 받아들인다. 그동안은 유연성과 휴대성을 부여하기 어려웠다. 반드시 외부 전력원이 필요하고, 투명한 유리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나노 셀룰로오스를 활용, 유연한 소재를 구현했다. 셀룰로오스는 나무에서 추출하는 유연 소재다. 나노미터(㎚) 수준으로 미세 가공하면 빛 투과도 99.1% 수준의 투명한 종이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은 나노선, 환원 그래핀 복합체를 그물망 형태로 더하면 전기 성질을 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텅스텐 산화물을 코팅, 외부 전원 없이도 색을 변화시킬 수 있게 했다. 텅스텐 산화물은 마치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저장한다. 에너지를 저장할 때 색이 검게 변하고, 이 에너지를 사용해 다시 투명해진다. 이를 이용하면 외부 전원 없이 전기 변색이 가능해진다. 외부 전원 연결이 필요 없어 휴대성이 대폭 향상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여름철 냉방이 필요한 공간에서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외부의 빛과 열을 자동으로 차단, 내부 온도 상승을 막는다. 상자에 전기 변색 투명 종이를 부착하고 열을 가한 실험을 한 결과 온도 증가 폭이 8%에 그쳤다. 종이를 부착하지 않은 상자는 온도가 31% 상승했다.
현승민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전기 변색 제품의 휴대성, 유연성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라면서 “웨어러블 제품부터 대형 건물 외벽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