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7)'국가양자암호인증센터' 신설 제안한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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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욱 단장은 “양자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검증”이라며 “검증을 전담할 국가암자암호인증센터 신설과 연구자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통합평가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문성욱 단장은 “양자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검증”이라며 “검증을 전담할 국가암자암호인증센터 신설과 연구자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통합평가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양자 기술에 쏠린 관심이 높다. 양자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양자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도 양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 인력이나 예산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성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을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 앞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양자 기술의 현재와 미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양자 기술 2세대인 그는 2003년부터 양자 기술 개발이라는 외길을 걷고 있다.

문 단장은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양자 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위해 시급한 것은 검증”이라며 '국가양자암호인증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또 “연구자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통합평가단'을 구성, 연구자의 능력에 따라 연구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양자인증센터 신설을 제안한 이유는.

▲양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인증센터 설립이다. 현재 그런 인증센터가 없다. SKT나 KT 등이 양자암호통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증하는 기관은 없다. 인증센터에서 인증 절차와 상업화를 위한 표준화를 담당해야 한다. 인증센터는 정부기관으로 하되 양자 기술을 아는 전문가가 인증 업무를 맡아야 한다. 표준화를 위한 인증센터는 꼭 필요하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7)'국가양자암호인증센터' 신설 제안한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외국에는 인증센터가 있는가.

▲아직은 없다. 그러나 유럽통신표준기구(ETSI)가 양자통신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증 절차와 인증 항목을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 워털루대 양자컴퓨팅연구소(IQC)도 양자 암호 인증 절차에 관한 논문을 학회에 발표한 바 있다. 인증 항목을 제시하면서 이런 절차를 통과해야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연구단도 인증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양자 기술 연구 수준은.

▲양자암호통신 분야는 외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한국은 통신 강국이다. 통신용 광케이블이 잘 깔려 있다. SKT나 KT 등은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다. KIST도 2003년부터 양자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양자 기술 연구에 참여했다.

-양자컴퓨터 연구에서 주목할 국가는.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몇 년 전에 정부 차원에서 집중 개발하기로 한 다섯 가지 기술에 양자 기술을 포함시켰다. 정부가 양자 연구 투자를 무제한으로 한다. 그 바람에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중국은 7월에 인공위성 발사는 성공작이라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중국은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양자물리학자인 안톤 차일링거 교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판젠웨이라는 젊은 학자를 이 분야 책임자로 발탁했다. 처음에는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판젠웨이에게 양자 기술 개발 전권을 맡겼다. 그는 지난해 양자컴퓨터 관련 국제학회도 개최했다. 중국에는 양자 기술 분야의 신생 벤처기업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7)'국가양자암호인증센터' 신설 제안한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한국은 어느 수준인가.

▲KIST는 양자 기술을 7개 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에서 7단계로 나눈 것이다. 한국은 3단계 수준이다. 큐비트를 여러 개 만들어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단은 현재 4개를 만들었다. 조만간 6개를 만들 것이다. 1년 이내에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가장 앞선 나라는 몇 단계인가.

▲미국과 독일이다. 이들은 5단계 수준이다. 미국은 매년 2억달러 이상을 지원한다. 구글은 존 마티니스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캠퍼스 물리학 교수와 공동센터를 설립, 초전도체 방식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한 단계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일은.

▲한 단계 올라가는데 10년 정도 걸린다. 한국과 선진국의 기술 격차는 적어도 15년 정도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는 언제로 보는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려면 25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7)'국가양자암호인증센터' 신설 제안한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국내 양자컴퓨터 연구 실태는.

▲KIST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KAIST, 서울대, 포스텍에서 양자컴퓨터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분야의 국내 연구 인력은 얼마나 되는가.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는 10여명이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은 어떤 기술을 개발하며, 연구진은 몇 명인가.

▲대학생을 포함해 모두 20여명이다. 연구단 절반은 양자컴퓨터, 나머지 절반은 양자암호통신을 각각 연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분리할 수 없다. 연구단의 두 축이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이다. 양자정보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술이다.

-양자컴퓨터 연구개발(R&D)에서 개발비를 가장 많이 쓰는 민간 기업은.

▲미국 IBM은 지난 5년 동안 10억달러를 투자했다. IBM은 1세대 컴퓨터인 에니악부터 4세대 컴퓨터까지 디지털 컴퓨터 개발을 주도했다. 지금 5세대 컴퓨터로 양자컴퓨터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도 앞으로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한국의 R&D비는 미미한 수준이다. KIST는 R&D에 매년 30억여원을 사용한다. 지난 2015년 KIST 창립 50주년을 맞아 2066년까지의 모토를 'MIRACLE(기적)'로 정했다. 집중 개발할 기술 가운데 하나로 양자컴퓨터가 들어가 있다.

-양자컴퓨터는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양자컴퓨터는 미래 컴퓨터다. 세상에 엄청난 변화가 가져올 것이다. 우리가 널리 쓰는 암호는 공개키 방식으로, 소인수 분해가 근간이다. 이걸 벨전화연구소의 피터 쇼어가 1994년에 커다란 수의 소인수 분해 알고리즘을 발견했다. 소인수 분해가 풀린 것이다.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기존의 암호가 몇 시간 안에 다 풀릴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보안 체계가 필요해졌으며, 그 대안 기술이 양자 암호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7)'국가양자암호인증센터' 신설 제안한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 컴퓨터보다 처리 속도가 60배 빠르다. 바로 톈허 3호 컴퓨터다. 톈허 3호의 초당 연산 속도는 100경번(약 1000페타플롭)대에 이른다. 중국은 올해 안에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톈허 2호가 나와 있다.

-양자통신의 상용화 시기는.

▲수년 내로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SKT나 KT도 마찬가지다. 양자로 만든 암호는 풀 수가 없다. 암호 기술 가운데에서도 궁극(窮極)의 기술이다.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양자 연구 물리 시스템에는 광자, 이온, 초전도체, 반도체, 다이아몬드 등 6종류가 있다. 아직은 어느 기술이 양자 기술을 완성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만약 어느 한 기술만 연구 과제로 결정한다면 나머지는 연구를 할 수 없다. 연구비를 개인이 부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적은 액수라 하더라도 모두가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지금 국내 양자 기술 분야 연구자는 10여명에 불과하다. 만약 정부가 지금처럼 연구 과제를 편익비용분석(BCA)으로 결정하면 양자 기술은 연구 과제 대상에 들 수 없다. 25년을 내다보면서 과제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겠는가. 연구 과제를 놓고 연구자 간 갈등이 적지 않다. 이 점을 막기 위해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통합평가단'을 구성, 연구 과제를 공개 검증하고 만장일치로 결정하면 갈등은 없을 것이다. 통합평가단을 구성하면 능력만큼 연구를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연구자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연구 과제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이들은 과제를 받은 연구자에 대해 비판 시각을 드러내는 게 현실이다. 정부에서 연구자들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양자 기술을 전공해도 갈 곳이 별로 없다. 돈과 사람이 없으면 양자 기술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7)'국가양자암호인증센터' 신설 제안한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이라고 말하긴 쑥스럽지만 내 책상 앞에 붉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너나 잘하세요'라고 쓴 글이 있다. 매일 아침 이 글을 보면서 나를 성찰한다. 남이 잘 못하는 걸 지적하거나 남의 잘못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나는 잘하는지 되돌아보자는 의미다. 취미는 맥주 마시기다.

-취미가 남다르다.

▲오해가 많다. 한 달에 한두 번 연구단에서 일하는 대학생들과 맥주를 마신다. 한번 모이면 한 곳에서 6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한다. 그러면 연구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대책은 무엇인지가 다 나온다. 대화방이자 문제 해우소다. 박사급 연구원들과도 매달 한 번 6시간 동안 맥주를 마신다. 모임 명칭이 '양자림'이다. 주제는 딱 하나다. '어떻게 해야 네이처에 논문을 많이, 그리고 빨리 쓸까'다. 최근 네이처지에 논문을 한 편 제출했다.

문 단장은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반도체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KIST 광센서연구실 연구원으로 출발해서 영국 러더퍼드연구소에서 2년 동안의 초청연구원을 거쳐 KIST 미래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마이크로시스템연구센터장, 나노바이오연구센터장, 나노시스템연구단장, 나노양자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양자정보연구단장직을 맡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21세기 프런티어사업 기획간사로 일했다. 이달의 KIST인상을 3회나 수상했으며, 박원희연구상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