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소년 정신 건강에 관심 기울여야 할 때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에 이어 강원도 강릉에서도 폭행 사건이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국민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동시에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는 경향도 보여 준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건 관련 글이 쇄도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도 활발하다.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청소년 강력 범죄 재발 방지 대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청소년 정신 건강' 관련 대책이다.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방 차원'의 접근이 중요하다.

한 정신과 의사는 이번 사건을 보며 “가해자의 정신 건강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청소년 폭행 가해자 가운데 유전 및 환경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 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 질환을 겪는 경우가 상당하다. 정신 질환은 조기 예방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학교와 사회의 무관심도 문제다. 문제 행동 학생에 대한 상담과 치료는 필수다. 2016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만족한다'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73%에 그쳤다.

청소년 정신 건강 담당 주무 부처는 보건복지부다. 복지부도 청소년 자살 예방 관련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신 건강 주무 부서는 '정신건강정책과'다. 소속 공무원이 10명도 안 된다. 여기에 청소년 건강만 전담하는 담당자도 전무하다. 현실에 맞는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청소년 정신 건강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그나마 복지부가 소아·청소년 정신 건강 실태 조사를 지난해부터 처음 실시했다. 복지부는 5년마다 성인 대상으로 조사를 하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조사는 처음 시행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 건강 없는 육체 건강은 없다”고 선언했다. 정신 건강 악화는 개인, 나아가 가정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청소년 정신 건강 실태 조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