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6>'뇌섹녀' 클레오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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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6>'뇌섹녀' 클레오파트라

인형 같은 A는 남자 친구가 없다. 주변에 남자가 끊이지 않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싱글 생활 몇 년째다. 사귄 남자가 있었다. 모두 3개월을 넘겨 본 적이 없다.

예쁘지 않은 B는 멋진 남자의 구애가 끊이지 않는다. 바람둥이는 아닌데 그녀의 남성편력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A는 늘씬한 키에 얼굴도 예쁘다. A도 자신이 예쁘다는 걸 안다. 그녀는 남자들이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외모를 의식해 상대방과 대화 중에 수시로 거울을 꺼내 본다. 립스틱을 바르고 콤팩트를 꺼내 얼굴을 다듬는다. 예쁜 얼굴이 못나 보인다며 이마에 지방이식술을 했다. 큰 눈을 더 크게 만들려고 앞트임 수술도 했다. 외모에 투자하는 돈이 만만치 않다.

남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그녀는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 '앞에 앉은 남자가 나를 어찌 볼까, 건너편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왜 나를 자꾸 쳐다보지, 내 립스틱은 지워지지 않았을까.' 딴 생각만 하는지 동문서답이다.

자신을 못난이라 말하는 B는 별명이 백과사전이다. 해박한 지식과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매너로 상대방 이목을 집중시킨다. 대화 중에는 오직 상대 눈만 바라본다. 특이한 웃음소리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잇몸을 살짝 드러내고 큰 소리로 웃는 모습에 빠진 남자들이 꽤 있다.

최고 매력 포인트는 대화공감 능력이다. 작은 눈을 부릅뜨고 상대방 이야기에 빠져든 듯 진지한 표정, 끄덕이는 고개 짓, 주먹을 불끈 쥐어 감정이입 신호를 보낸다. 상대방 장점을 수시로 칭찬한다. 책을 많이 읽어 어떤 상대와 어떤 주제의 대화에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그녀는 수시로 남자들에게 프러포즈를 받는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6>'뇌섹녀' 클레오파트라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실제 미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역사서나 안토니우스가 새긴 동전에 나타난 그녀의 얼굴은 검은 피부에 매부리코, 살이 퉁퉁하다. 당대에도 흰 피부는 미인의 기준이었다. 그녀는 그런 기준에 부합한 외모가 아니었다.

세계 최강 영웅을 사로잡은 그녀의 매력은 외모가 아니라 지성과 담대함, 상대를 꿰뚫는 통찰력 그리고 뛰어난 화술이었다. 무려 7개국 이상의 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했다. 세련된 매너와 화술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조종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책 속에서 세계를 얻는 방법을 터득했다. 도서관에서 갈고 닦은 방대한 지식과 지혜, 지략으로 시저, 안토니우스 같은 영웅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녀의 매력은 섹시한 뇌였다.

금발의 백치미, 섹스 심벌로 알려진 마릴린 몬로 역시 책벌레였다고 한다. 그녀 서재에는 약 400권이 넘는 책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촬영 중 쉬는 시간에 책을 읽었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대학의 야간 강의를 들었다. 똑똑한 그녀를 '백치미'로 포장한 것은 다름 아닌 영화자본과 남자들의 시선이었다. 백치미란 프레임에 가두고 찬란한 금발과 풍만한 가슴만 부각했다.

'백치미'는 영화 자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여배우에 대한 허상이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머리가 비었다'는 얘기는 남자들이 만들어낸 신화다. 그래야 자본에 의해, 힘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지배당한다는 남성중심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진다. 실제 그녀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해박한 지식에 반했다고 한다.

캐나다의 한 대학에선 인간중심소설을 이해할 때와 인간관계를 다룰 때 사용하는 뇌 부위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소설책 읽는 것이 공감능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첫인상에서 호감이 결정되지만 결국 공감능력이 관계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음이 오래 머무는 곳, 얼굴일까 가슴과 머리일까.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