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기부 장관 청문회, "역사관, 종교 편향성 여전히 걸림돌"

[이슈분석]중기부 장관 청문회, "역사관, 종교 편향성 여전히 걸림돌"

11일 국회에서 열린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예상대로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활동에 따른 종교 편향성과 뉴라이트 역사관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공세를 퍼부었다. 국회 일정을 보이콧해 오다가 복귀한 자유한국당은 박 후보자의 자격 요건과 연구 관련 의혹 등을 따져 물었다. 일부 야당 의원은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다”며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장을 방문해 리허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의 사전 허락도 없었기에 더욱더 수세에 몰렸다.

박 후보자는 시종일관 흔들림 없는 어조로 기존 입장을 견지했지만 유사한 답변을 반복하면서 여당 의원 측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

◇뉴라이트 역사관 의혹, “정부 국정 철학과 달라” 질타

이날 청문회의 쟁점은 역사관이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변희재씨 초청 건이 빌미로 작용했다.

이 전 교수는 이승만 정부 출범을 건국절로 삼자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대표 인사다.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정기세미나에 초청됐다. 이에 앞서 변씨가 2014년 포항공대 간담회 행사에 초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뉴라이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세미나에 역사학자를 부른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촛불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해 달라고 요청이 왔을 때 이런 역사관으로 어떻게 이(청문회) 자리까지 나오게 됐느냐”고 꼬집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도 “기술창업교육센터장은 변씨를 박 후보자가 추천했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이 전 교수 초청은 직접 했다고 인정한 반면에 변씨 초청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 전 교수는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교수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했고, 변씨는 선배인 조 모 교수가 요청해서 기술창업보육센터에 연결시켜 준 것뿐”이라면서 “한두 번 일로 정치 성향과 이념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비약”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훈 더민주 의원은 “인사 추천이든 사람 추천이든 공공 활동은 본인 책임 아래에서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창조과학회 활동, '종교와 과학 분리 가능 여부에 초점'

후보자로 임명된 첫날부터 논란이 된 창조과학회 활동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집중 추궁 대상이 됐다. 의원들은 특히 종교가 과학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두고 다방면으로 질의했다.

김병관 더민주 의원은 “창조과학회는 과학계에서도 '반 과학' '유사 과학'이라 한다”면서 “박 후보자가 생각하는 지구 나이는 얼마인가”라고 몰아세웠다.

박재호 더민주 의원과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2007년 창조과학회 학술대회 때 박 후보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시 박 후보자는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됐다”면서 “모든 분야에 성경의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는 “신앙 활동으로 창조과학은 연구한 적이 없다”면서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좋은 기독교인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했다”고 해명했다.

◇자격 논란+정책 검증

벤처 전문가로 알려진 박 후보자에 대한 자격 논란과 정책 검증도 잇달았다.

김종훈 새민중정당 의원은 “박 후보자는 지방 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과도한 복지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했다”면서 “촛불 정신과 안 어울리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파트 분양권 다운계약서 거래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5원칙 가운데 언론에 난 것만 해도 세 가지를 위배했다”면서 “자진해서 사퇴할 용의는 없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위원 평가에 따를 것”이라면서 “부족하지만 기회를 주면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정면 돌파의 의지를 밝혔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직접 대화 채널을 가동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소상공인의 가장 큰 문제가 과잉 경쟁으로, 선진국에 비해 20~30% 높다”면서 “소상공인 생각을 듣는 상설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