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FA 2017'로 보는 인공지능 관련 산업 진화의 시사점

[기고]'IFA 2017'로 보는 인공지능 관련 산업 진화의 시사점

'CES 2017'에 이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7'에서도 인공지능(AI)은 핵심 키워드였다. AI 스피커, AI 가전, AI 스마트폰, AI 로봇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됐다. 흥미롭고 다양한 미래 비전이 나오기도 했다. IFA 2017은 CES 2017과는 다른 측면에서 AI 진화의 커다란 시사점을 남겼다.

AI는 하나의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기업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인가. 화웨이의 AI 스마트폰 발표와 아마존 알렉사의 전시에서는 생존을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화웨이는 AI 스마트폰을 통해 최고로 도약하려는 시도를 보여 줬다. AI 프로세서를 스마트폰 프로세서인 '기린 970'에 탑재하고,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준비도 마쳤다. 갤럭시 'S8', 아이폰 '7플러스'와의 속도 비교도 끝냈다. 화웨이 발표에 따르면 초당 인식 가능한 영상 수에서 갤럭시 S8과 아이폰 7플러스 각각에 비해 무려 20배, 4배의 성능 우위를 보였다.

이 스마트폰은 10월 16일 출시 예정이다. 'AI' 키워드를 바탕으로 판을 뒤집으려는 화웨이의 생존을 위한 많은 노력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아마존 알렉사는 작지만 의미 있는 전시장을 꾸렸다. 아마존은 33개의 전시 회사 목록을 보여 주면서 전시장 내 다양한 제품과 개발 키트를 강조했다. 아마존 알렉사와 여러 회사의 개발 키트를 통해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쉽게 대화형 엔진을 이용한 기기와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이 만들어 가는 커다란 생태계 비전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아마존이 제시한 33개 전시 회사 목록에는 빠진 회사도 있었지만 찾아간 업체 가운데에서 뜻밖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 업체인 톰톰은 최근 웨어러블 기기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톰톰 관계자들은 전시장 안에 아마존 알렉사 적용 제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품은 아직 없으며, 다만 아마존 알렉사의 마케팅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여러 회사의 AI 대화형 음성 인식 엔진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슈 선점형 마케팅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은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MS) 코타나를 각각 이용한 AI 스피커를 선보이기도 했다. 모두 장악한 듯 보이지만 여러 음성 인식 엔진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아마존 알렉사의 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화웨이와 아마존의 전시 및 발표에서는 이슈 선점형 마케팅, 협력 업체를 통한 생태계 조성, 하드웨어(HW)-SW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구성, 생존을 위한 노력 등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이슈를 선점하는 마케팅 전략은 더욱 중요해진다. 여기에 기기-서비스-AI 엔진을 묶어 HW-SW를 융합하는 플랫폼 제공 노력의 의미도 있다. 이 플랫폼은 치열한 경쟁에서 협력 업체들과 커다란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지난 7월 아우디는 세계 최초로 AI(딥러닝) 기술을 차량에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우디 'A8'의 AI 기술 상용화에도 아우디가 자체 기술로 제작한 슈퍼컴퓨터 'zFAS'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사업 영역이 서로 다르고 AI 측면에서도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업체들이 AI 전략에서 공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IFA 2017에서 우리나라 업체도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측면에서 다양한 AI 전략을 공개했다. AI 대화형 음성 인식 엔진에서도 여러 회사의 엔진을 사용하면서도 삼성 빅스비, LG 엘지보이스 등 자체 기술 엔진 개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다만 AI 스마트폰을 먼저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AI 흐름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커다란 흐름이 되고 있다. 단순한 보여 주기 식 마케팅이 아니라 깊이 있는 분석과 전략,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업체도 이슈 선점형 마케팅, 협력 업체를 통한 생태계 조성, HW-SW를 아우르는 플랫폼 구성, 생존을 위한 노력 등 앞으로의 방향성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래 IFA 전시회에선 'AI' 키워드의 주인공이 우리나라 업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