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OLED 2차 랠리 시작...후방산업계 수조원대 낙수효과

English Translation

올해 출시 아이폰에 첫 적용...내년에는 탑재 모델 갑절

애플발 두 번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랠리가 시작됐다. 애플이 올해 OLED 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는데 이어 내년에 OLED 탑재 모델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어서 부품 업계가 증설에 착수했다. 애플은 올해 OLED 아이폰을 약 7000만대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에는 1억7000만대까지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부품업체가 늘어난 물량을 모두 수주한다면 애플 매출액은 약 140% 급증한다. 물량 증가에 따른 단가 인하 등을 감안해도 100%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수조원대의 애플발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

WWDC 2017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출처: 애플)
WWDC 2017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출처: 애플)

12일 업계에 따르면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업체인 비에이치는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FPCB 공장 증설과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최근 투자자 대상으로 설명회(IR)를 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증설했다. 1년이 채 안 돼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선 건 내년에 애플의 부품 주문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에이치는 애플 아이폰에 OLED용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을 공급하고 있다. RFPCB는 단단한 특성의 '경성(Rigid)'과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 PCB가 하나로 결합된 제품이다. 비에이치 RFPCB는 13일 새벽에 공개된 신형 아이폰에 첫 적용됐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아이폰 1개 모델에만 OLED를 탑재하지만 내년에는 적어도 2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실제 애플은 2018년 적용을 목표로 5.85인치와 6.46인치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내용의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아이폰에 적용할 디스플레이 개발 과제가 시작됐다”면서 “내년에 OLED 아이폰은 최소 2개 이상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델 수가 늘면 그만큼 부품 공급도 증가해야 한다. 애플이 올해 필요한 OLED는 7000만대이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약 2.4배 늘어난 1억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에이치 증설 투자는 이 같은 애플의 내년 사업 계획이 선 반영된 사례에 속한다. OLED 아이폰 서플라이체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추가 투자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OLED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부품과 소재 업계의 투자가 연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RFPCB를 공급하는 인터플렉스도 올 하반기에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플렉스는 아이폰에 OLED용 외에도 터치스크린패널(TSP)용 RFPCB를 납품하고 있다.

비에이치와 인터플렉스는 올해 OLED 아이폰용 FPCB 공급으로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10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OLED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충남 아산 탕정 A3 공장에서 애플 아이폰용 OLED를 생산하고 있다. 탕정 공장의 OLED 생산 능력은 월 10만5000장이다. 수율 100%, 가동률 100%를 가정할 때 연간 6인치 패널 약 1억2400만개, 5.8인치 패널 약 1억3000만개를 각각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애플이 필요로 하는 1억7000만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증설이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추가 건설하고 있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 'A5(가칭)'를 어떻게 채울 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5에 최소 5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투자가 시작되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가 수혜를 누리게 된다.

애플은 최근까지만 해도 내년 모델에 5.28인치와 6.46인치 OLED 적용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5.28인치 개발은 보류했다.

소비자가 대화면을 선호하고, 풀스크린이나 베젤리스와 같이 스마트폰 전체 크기는 작게 유지하면서도 디스플레이는 대화면을 구현하는 기술이 뒷받침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