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수세적인 통상 정책에서 탈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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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통상 정책에서 벗어나 산업과 에너지, 무역투자 정책까지 융합해 국부(國富)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및 중국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은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되,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김 본부장은 13일 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10년만에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돌아와 보니, 그동안의 통상정책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탕, 삼탕하는 형태에 머물러 있었다”며 “(앞으로의 통상 정책은) 소용돌이치는 동북아라는 큰 환경을 본 후 산업, 에너지, 무역, 투자 정책을 섞고 묶어서 우리나라 국부를 늘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통상 정책 전환은 최근의 국제 통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김 본부장은 “중국과 일본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하면서 협상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며 “이제는 수세적인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는 격랑을 헤쳐나갈 수 없다. 게임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카드라는 것은 일단 쓰면 카드가 아니다. 제소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는 옵션으로 항상 갖고 있지만 어떤 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플랜 A가 있으면 B, C도 있어야 한다. 승소한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다 생각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중 FTA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제어하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는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이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힘도 키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중국과의 경제협력 방안으로 한국의 인천과 중국의 상해 등 자유무역구가 있는 도시 대 도시 간 FTA를 제안했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한미 FTA 성과 분석 요구에 대한) 그쪽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렇지만 협상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니까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대해 FTA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공동 연구·분석을 먼저 하자고 제안한바 있다. 하지만 아직 미국 측 답은 받지 못한 상태다.

미국과 개정 협상에 언제 착수할 것이며, 협상 유불리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국운이 따라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본부장은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옮긴 통상교섭본부장 자리에 돌아온 소회도 밝혔다.

그는 “산업부 직원들은 외교부와 좀 다르다. 순수하고 일을 시키면 잇몸으로라도 하고, 의리도 있어 제가 세종시로 이사 왔는데 마음이 많이 편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포기한 WTO 상소기구 위원에 한국인 후임을 앉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국제기구가 됐든 해외에 진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