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8>자본재 국산화 주역 신계철 인아그룹 회장

신계철 회장은 “참되고 성실하게 전력투구해야 그분야 최고가 될 수 있다”면서 “요즘 전문경영인에게 기업 경영을 맡기는데 최소한 임기 10년을 보장해야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소신경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신계철 회장은 “참되고 성실하게 전력투구해야 그분야 최고가 될 수 있다”면서 “요즘 전문경영인에게 기업 경영을 맡기는데 최소한 임기 10년을 보장해야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소신경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신계철 인아그룹 회장은 자본재 국산화 주역이다.

창업 후 38년 동안 경영 일선에서 자본재 국산화와 첨단 기술 개발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극히 드물게 소형 모터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기업의 요청으로 합작했고, 이어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입에만 의존하던 소형 모터를 국산화했다. 일본에서도 생산하지 못한 에프에이 알루미늄 프레임을 한국 최초로 국산화, 일본 및 동남아 등으로 첫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인아그룹은 현재 인아오리엔탈모터를 비롯해 계열사 5개를 거느리고 있다.

신 회장을 7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로에 있는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집무실은 책과 자료, 훈장증과 표창장, 각종 사진들로 가득했다. 한쪽 벽 책장 위에는 박제된 새 네 마리가 눈길을 끌었다. 신 회장은 조류박사로 불릴 정도의 조류 전문가다.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

▲매일 아침 헬스장에서 2시간여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한다. 요즘은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신 회장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으며, 젊은이 못지않게 체격이 건장했다.

-박제 새가 아름답다.

▲맨 앞의 붉은 새는 홍따오기다. 현재 인아화조원에서 11마리를 키우고 있다. 다음은 앵무새고, 그 옆은 중국 물까마귀인데 지금은 한국 텃새가 됐다. 맨 끝은 공작새다.

신 회장은 조류에 관해 모르는 게 없었다. 실제로 그는 경기도 시흥의 1만3000여㎡(4000평) 부지에 인아화조원을 조성해서 홍따오기를 비롯해 화계, 앵무새, 관두루미, 공작새 등 희귀 조류 20여종을 기르고 있다. 꽃나무 100여 종을 심었으며, 진돗개와 발발이도 사육하고 있다.

새에 관한 그의 열정은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에서 희귀 조류를 수입할 정도로 대단했다. 수입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웠지만 그의 집념은 꺾지 못했다. 새를 수입하기 위해 외국에 직접 편지를 보냈고, 그 나라에서 한국에 연락하는 방식으로 새를 수입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비용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개인이 희귀 조류를 수입한 사례는 신 회장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비를 들여서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인아텍 공장 옥상에 검역계류장을 만들었다. 또 매년 인아화조원에서 관리하는 새와 꽃나무, 화조원의 사계(四季)를 담은 사진 등으로 달력 1000부를 제작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0부는 한국, 200부는 해외에 각각 보내고 있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미국과 일본 관상조류 관련 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또 스마트폰과 집무실 컴퓨터를 연결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인아화조원 내 각종 조류의 움직임을 실시간 관찰하면서 경영과 취미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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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류에 관심을 두게 됐는가.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어려서부터 새를 좋아했다. 집에서 부엉이를 기른 적도 있다. 시골에서 안 길러 본 새가 별로 없다.

-창업은 언제 했는가.

▲1979년 5월에 인아기계상사를 설립했다. 인아오리엔탈모터의 전신이다. 창업하기 전에는 반도기계 컨베이어 사업부장으로 일하면서 현대자동차 '포니' 물류 라인 전체를 수주했다. 12만대 조립 전 라인과 포장 라인 등이었다. 삼성전자와 금성사(현 LG전자)의 컬러TV 라인과 냉장고 라인도 거의 수주했다. 당시 컨베이어 부품은 수입에 의존했다. 자동화 설비 핵심 부품인 소형 모터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인아기계상사를 창업했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지만 6개월 동안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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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으로 창업했는가.

▲나와 경리 직원 한 사람, 운전기사 한 사람이 전부였다. 당시 나는 운전을 못했다. 거래처에 물건을 배달하면서 운전기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모터와 감속기 같은 부품을 수입, 한국에 공급했다. 개인회사인 인아기계상사를 ㈜인아오엠으로 법인화한 후 일본 오리엔탈모터가 극히 이례로 합작 제안을 해 왔다. 일본 오리엔탈모터는 정밀모터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다. 세계 32개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모터 외에도 3만여종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더욱이 현지 법인은 모두 일본 자본으로 이뤄졌다. 그런 기업이 우리와는 일본 30, 한국 70이라는 파격 조건으로 합작 제안을 해 왔다. 1990년 합작회사로 출범한 뒤 1992년에 소형 모터를 국산화해서 공급했다. 2004년 인아오리엔탈모터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금은 사업 확장 때문에 매각해서 일본이 41, 한국이 59가 됐다. 당시 직원 채용 공고를 냈더니 1000명이 몰려들었다.

신 회장은 1986년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서 경제사절단으로 유럽에 갔다가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제작하는 독일 업체 사장을 만났다. 이후 이 제품을 독점 수입해서 판매하다가 1990년 인아코포레숀에 FA사업부를 신설, 알루미늄 프로파일 개발에 착수했다. 2년 만에 에프에이 알루미늄 프레임 국산화에 성공했다. 당시 일본도 이런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

-어디로 수출했나.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 등으로 수출했다. 일본에서 늘 수입만 하던 우리가 제품을 일본에 수출했다. 당시 얼마나 기뻤는지 그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인아코포레숀 FA사업부는 2004년 인아텍이란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인아텍은 2013년 7월 레이저 장비를 개발했다. 삼성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을 수주했고, 일본과 중국·동남아로 각종 자동화 설비를 수출하고 있다. 세계 유수 기업 관계자들이 회사를 다녀갔다. 2007년에 설립한 애니모션텍은 올해 6월 미국 에어로텍과 합작했다. 에어로텍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협력업체로, 연구개발(R&D)을 하는 업체다. 세계 최고의 초정밀모션 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첨단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인아코포레숀 IMCT사업부를 인아엠씨티라는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올해로 창업 38주년을 맞는 인아그룹은 계열사가 5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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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상 매출은.

▲1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 철학은.

▲정직이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회사 사훈도 진(眞)과 전력투구(全力投球)다. 전력투구해야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참되고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성공한다. 회사 직원 가운데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은 독립해서 사업해도 성공한다.

-근속 직원이 다수인가.

▲인아오리엔탈모터의 경우 전 직원의 95%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장기 근속자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그만큼 이익이 나면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지급한다. 직원이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으면 100만원, 둘째는 200만원, 셋째는 300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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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경영은 어떻게 하는가.

▲경영의 핵심이 인재 경영이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3박4일 일정의 보행경주라는 교육을 실시한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술 교육 6개월, 일반 교육 3개월을 실시한다.

-그동안 어려움은 없었나.

▲과거 세무 신고를 사실대로 했다가 세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사업이란 게 고저(高低)가 있기 마련인데 매출이 줄었다고 세무 조사를 받았다. 이치에 맞지 않는 행정 편의 세정(稅政)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우리 경제는 기업 오너십이 있어서 고속 성장했다. 요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있는 가운데 나는 최소한 10년 임기는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처럼 3년이면 현상 유지밖에 하지 못한다. 10년은 보장해야 장기 전략을 수립해서 소신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인은 사업이 잘돼 상장을 하면 그 뒤 다른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가던 길을 가야 한다. 또 산업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 경제가 성장해야 국가가 발전한다.

-바람직한 직장인 상은.

▲성실하고 진실하며, 회사에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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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에게 바라는 점은.

▲이공계 출신이 실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전기과 졸업생이 모터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 입학할 때는 열심히 했다가 입학한 뒤에 적당히 지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좌우명과 취미는.

▲참되게 살자가 좌우명이다. 취미는 새 기르기다. 대학 시절에는 문학에 심취했다. 청록파 시인인 박목월 선생님 댁에 자주 놀러 갔다. 이상화 시인의 시도 좋아했다. 시를 처음 쓸 때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읽어 보면 졸작이었다. 습작지 뭉치가 있었지만 이사 다니면서 없어졌다.

신 회장은 한양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1979년 인아기계상사를 창업한 후 인아코포레숀, 인아오리엔탈모터, 인아텍, 애니모션텍, 인아엠씨티를 차례로 설립했다. 한국관상조류협회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기계공제조합 비상임감사,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비상임 이사, 한국디스플레이협회 한·중디스플레이협의회 부분품분과위원장, 한국조류보호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수 자본재 개발과 국산화 유공자로 석탑산업훈장과 은탑산업훈장, 100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했다. 저서로 '기계설계 : 자동화시대의 기계요소 설계'가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