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광물 중국이 싹쓸이…한국도 빠른 대응 나서야"

중국이 이차전지 핵심광물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호주 등 주요 광물 생산국 광산을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이 우물쭈물하다 급성장하는 이차전지 시장에서 재료가 없어 대응하지 못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자원 확보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민관이 협력해 광물자원 확보에 빨리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호주 니켈·코발트 광산 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스(Australian Mines)의 벤자민 벨 최고경영자(CEO)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작년 3월 테슬라 모델3가 발표된 직후부터 본격적 광물 자원 확보에 나선 것과 비교해 한국 업체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은 올해 3월이었다”면서 “직접 해외 광산 사업성 검토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중국 업체에 계속 원재료 공급을 의존할 수밖에 없고 만약 중국에서 자국 산업보호에 나서면 향후 황산코발트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스는 암석에서 니켈·코발트를 채굴해 정련 과정을 거쳐 황산코발트 상태로 만들어서 이를 배터리 제조사나 소재 업체에 이차전지 양극재용으로 판매한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코발트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붐을 타고 최근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니켈이나 구리 원석 부산물로만 생산할 수 있어 공급 증가 속도는 더디다.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 절반을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 정세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호주산 코발트는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벨 CEO는 “올해는 코발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모든 시선이 호주 니켈·코발트 프로젝트에 쏠리고 있다”며 “지금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는 4~5년 이후에나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벤자민 벨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스 최고경영자(CEO)
벤자민 벨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스 최고경영자(CEO)

최근 호주 광물 자원 확보에 가장 적극적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전기자동차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광물 자원 선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글렌코어 같은 대규모 니켈·코발트 프로젝트는 이미 중국 고객사에 모두 공급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스가 샘플 양산을 위해 건설 중인 데모플랜트 역시 생산 예정량 50%를 이미 중국 고객사가 예약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핵심 광물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리튬과 코발트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우려가 대두되면서 국내에서도 광물 자원 확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응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프로젝트에 착수해서 실제로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평균 5~6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광산 업체가 되려면 25개 허가 항목을 통과해야 해 채굴허가를 받기까지만 보통 4~5년이 걸린다. 이후 플랜트와 설비를 설치하고 채굴을 시작하기까지 다시 16~18개월이 걸린다. 때문에 중국 업체 투자도 가장 빨리 코발트를 생산할 수 있는 니어텀(near-term) 광산에 몰리고 있다.

벨 CEO는 상사보다는 배터리를 만드는 제조사가 직접 해외 광산 탐방에 나서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투자에 드는 비용이 5000만달러(약 57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소재 업체보다는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이 나서야 유리하다.

그는 “에이전시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개별 기업이 직접 사내에 자원개발팀을 꾸려 해외 광산을 찾아 하나하나 따져봐야 옥석을 가릴 수 있다”면서 “광산 인프라와 실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 검증은 물론 도로는 어떻게 나있는지, 전기와 수도 공급은 원활한지, 항만과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직접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는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프로젝트에 대해 조사한 다음에 좋은 프로젝트를 찾아서 수요가 있는 기업과 연결시켜준다”면서 “정부가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핵심광물 중국이 싹쓸이…한국도 빠른 대응 나서야"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