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구글세 바람, 국내서도 고정사업장 개념확대 등 논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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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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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인터넷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다국적 기업 과세 논의가 뜨겁다. 실효성 있는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과세 기준이 되는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7일 로이터, 가디언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EU 28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다국적 인터넷 기업에게 수익이 아닌 매출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안이 28개국 중 10개 국가 동의를 얻었다. 회의는 16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열렸다.

개편안은 프랑스 주도하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G4 국가 재무장관이 마련했다. 매출 기반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해도 현재 징수 규모보다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이 수익 창출 국가에 제대로 세금을 내게 하는 '균등세(equalization tax)' 일환이다. 이를 통해 매출이 발생한 곳에서 각국 세율에 맞춰 세금 징수가 가능하다는 게 프랑스측 주장이다.

이번 개편안은 유럽 강대국을 포함해 3분의 1 이상 지지를 얻었지만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회의에서 글로벌 조세 체계 고려, 미국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신중론도 제기됐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같이 낮은 세율로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국가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도 과제다.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찬성국이 먼저 '협력 제고(Enhanced Cooperation)' 형식으로 증세안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협력 제고는 9개 회원국 이상 제안과 집행위 동의 아래 우선 찬성하는 회원국부터 부분적으로 제도를 도입, 시행하는 절차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집행위원은 “디지털경제도 다른 경제 부문과 마찬가지로 과세돼야 한다”면서 “향후 인터넷기업에 과세를 늘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선택지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다국적 인터넷기업에게 과세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수년 전부터 조세정의 실현, 역차별 해소 등을 이유로 구글세 해결 요구가 지속 제기됐다. 지난 15일 세종대에서 열린 '인터넷거버넌스 포럼 2017'에서도 구글세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국내 조세전문가들은 세법 개정을 통해 과세 기준이 되는 고정사업장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터넷기업에게 고정사업장은 서버다. 다국적 인터넷기업은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아 세금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상거래 소득 과세권을 원천국가로 배분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스페인 법원은 2012년과 2015년 서버를 자국 내 두지 않고 자국 내 컴퓨터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이 자국에 귀속된다고 판결했다. 서버가 없지만 경제적 실질이 존재해 고정사업장을 둔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에서도 2015년 미국에 서버를 둔 미국 온라인 소매업자가 일본에 보유한 창고를 고정사업장으로 해석한 사례가 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고정사업장 개념으로 다국적 IT업체에 과세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별도 조항이나 기존 고정사업장 관련 규정 확대로 국내에 인적 물적 설비가 없더라도 과세하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