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도 "혁신본부, R&D 예산권 가져야"

과학기술혁신본부 예산권을 둘러싼 국회 차원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지출한도 공동설정, 예비타당성조사 권한의 혁신본부 이관에 관련 상임위 야당 의원도 힘을 실었다. 기획재정부가 해당 권한 이관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실마리를 풀지 주목된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 당 민경욱 의원 주최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예산권 부여, 어떻게 볼 것인가'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혁신본부 예산권 관련 법안 처리를 지지했다. 신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야당 의원도 "혁신본부, R&D 예산권 가져야"

신 의원은 “새 정부가 혁신본부를 설치하고 연구자 현실에 맞게 예산을 배분하려는 취지를 담았지만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당, 국회, 부처 간의 벽을 초월해서 과기계 변화의 초석을 놓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출범했지만 여러 차례 진통을 겪었다. 핵심 권한인 R&D 예산 지출한도 공동설정권, 예타 권한을 확보하지 못했다. 본부장 인선 파동으로 출범도 지연됐다.

문제를 둘러싸고 국회 차원 공개 토론회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여당이 발의한 관련 법안에 야당 의원이 지지를 표명한 것도 이례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면 과기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도 “기재부는 어떻게든 남들(다른 부처)에 (예산권을) 나눠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과학이야말로 R&D를 실제로 잘 아는 사람이 일을 담당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중간에 예산권을 확보하지 못해 좌초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민경욱 의원은 이날 토론회 좌장을 직접 맡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과기혁신본부라는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켰지만 부처, 전문가 이견이 팽배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예산권 강화가 적절한지 점검하고 전문성 확보, 투명상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출한도 공동 설정은 기존 프레임을 흔들지 않으면서 미래 먹거리에 전략 투자할 수 있는 효과적인 타협안”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예타도 현 체제 내에서 모델 개선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만능방정식'을 만들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그는 또 “혁신본부를 둘러싼 논쟁이 예산권에 집중되고 있는데 사실은 범 부처를 아우르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면서 “예산은 그 과정에서 도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어떻게 범 부처 R&D 정책을 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에서 과기혁신본부 예산권 강화 논의가 시작됐지만 관련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예산권과 연관된 국가재정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진영곤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예산은 나라의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것인 만큼 장기적인 추세, 나라 빚을 감안해 총 규모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재원배분전략회의(현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기재부 단독이 아닌 전체 부처가 예산을 함께 정했다”면서 혁신본부 예산권 강화에 반대했다.

그는 “R&D 예산 전문성을 높이는 것에는 찬성하고, 예산 편성 지침을 기재부와 과기부가 함께 개선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법으로 권한을 넘기는 것은 다른 얘기”라면서 “국방은 국방부에, 보건복지는 보건복지부에 예산권을 넘겨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