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용량 경쟁시대 끝났다...40kwh급 대세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무한정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경쟁에서 탈피, 실용성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다. 고효율 부품과 차체 경량화로 전비(전기차 연비)를 높이면서 적정 규모 배터리로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대용량 배터리 탑재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승용 전기차 배터리(용량)는 200km 중·후반을 달릴 수 있는 40㎾h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9월 6일 닛산이 첫 공개한 신형 '리프'. 닛산 자회사인 AECS의 40kwh급 배터리를 장착했다.
9월 6일 닛산이 첫 공개한 신형 '리프'. 닛산 자회사인 AECS의 40kwh급 배터리를 장착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일본 출시한 닛산 2세대 신형 '리프(Leaf)'가 40㎾h급 배터리를 장착했고,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하는 현대차 SUV형 전기차 '코나(KONA)'도 40㎾h급 배터리를 단다. 내년 초 BMW가 출시하는 2세대 'i3'도 구형 배터리 용량(33㎾h)을 유지한다. 지난 8월 미국 출시한 혼다 첫 전기차 '클래리티(Clarity) 일렉트릭'은 25.5㎾h급을, 르노의 유력 전기차 모델 '조에(ZOE)'는 41㎾h를 달았다.

글로벌 배터리전기차(BEV) 누적 판매량(약 29만대) 1위 리프와 현대차 코나는 내년에 추가로 60㎾h급 배터리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지만, 40㎾급 모델을 주력으로 삼는다.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가 300㎞(한국·미국 기준)에 가까운데다, 차량 가격은 이전 모델에 보다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기차 업계는 배터리 용량경쟁 대신 다양한 서비스 확산에 주력한다. 배터리 무게가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차체가 가벼워진다. 차량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크기를 적정화하면서 차량 가격도 낮출 수 있다.

대용량(60㎾h 이상)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비해 중량이 20% 가량 낮 전비가 뛰어나고 각종 부품 경량화와 고효율 모터와 파워트레인 등으로 출력 등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더욱이 리프와 코나 등은 히터를 각종 전장품에서 발생하는 폐열까지 활용하는 히트펌프 방식을 채용해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였다.

9월 6일 닛산이 첫 공개한 신형 '리프'. 닛산 자회사인 AECS의 40kwh급 배터리를 장착했다.
9월 6일 닛산이 첫 공개한 신형 '리프'. 닛산 자회사인 AECS의 40kwh급 배터리를 장착했다.

이들은 전기차의 물리적 배터리 용량 확장 대신 최첨단 반자율주행기능을 앞세워 실용성을 노린다. 차선이탈방지 및 제어장치(LDWS & LKAS),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자율주차보조시스템 등 최신 지능형·반자율주행 기능을 기본으로 장착한다.

닛산 관계자는 “리프 신형은 리프의 누적 주행거리 35억km에 대한 데이터 분석한 결과 주행성능에 필요한 배터리는 40㎾면 충분하다”며 “배터리를 늘려 가격 부담을 키우는 것보다 경량화와 파워트레인 효율 개선으로 전비 향상, 오히려 첨단 반자율주행기능으로 강점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동력 에너지를 담는 탱크(배터리) 용량을 줄이는 건 전기차뿐만이 아니다. 일반 내연기관차도 부품 단순화 및 소재 경량화로 연비이 증가하면서 연료 탱크 용량을 줄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QM5(2.0디젤)' 연료탱크 65리터를 사용했지만, 'QM6'는 60리터로 줄였고, SM5(2.0가솔린)은 60리터지만 신형 SM6은 51리터로 15% 이상 줄였다. 차체는 이전보다 커졌지만 연료탱크는 크게 줄어든 셈이다.

완성차 업체 연구소 한 관계자는 “차량 경량화 등으로 연비효율이 높아지면서 부피가 큰 연료탱크 용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며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보강되면서 대형 배터리 탑재의 필요성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