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헬스케어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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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헬스케어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이 관건

헬스케어 산업이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전통의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과 개인 건강 관리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헬스케어 산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한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병원·대학·보험사·제약사·민간연구소·공공연구소·기업과 환우회까지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를 거쳐 서서히 확장된다.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법이라는 보수 성격의 법률 테두리 안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흡수력이 다른 산업에 비해 대체로 늦다.

반면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데이터 분석 기술로 무장한 빅데이터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주역으로 평가되며,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3D프린팅·가상현실(VR) 기술과 함께 미래 혁신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진다.

'헬스케어 빅데이터'라는 용어는 헬스케어라는 보수와 빅데이터라는 진보의 만남으로 칭할 만하다. 학문 관점에서 헬스케어 분야는 환자의 질병을 거시 관점에서 다루는 임상의학의 분자 단위 미시 세계인 DNA, RNA 등을 다루는 생명과학으로 구분된다. 임상의학은 이른바 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료인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고, 생명과학은 대부분 대학 실험실의 비의료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실용보다 근본에 해당하는 자연 현상 탐구에 집중한다.

헬스케어 산업 대부분은 이 영역의 하위 분야에 포함돼 발전해 나가는 양상을 띤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문 영역을 구분할 때 전자를 임상정보학, 후자를 생명정보학이라 한다. 빅데이터는 앞에서 언급했듯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로 무장한 ICT 및 통계 이론을 근간으로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핵심이다. 데이터 급증으로 인해 이제는 ICT와 데이터 분석 기술 간 경계가 모호해졌지만 엄밀히 말해서 전산학과 통계학은 학문 토대 자체가 다르다.

데이터 관점에서 전산학은 데이터를 효율 높게 저장·관리·시각화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돼 있고, 통계학은 응용수학 기법을 이용해 데이터로부터 일련의 규칙이 있는 정보를 추출하기 위한 방법과 각 수치 간 관계 및 성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학문의 토대가 완전히 다른 임상의학, 생명과학, 전산학, 통계학이 만나 만들어진 새로운 학문이자 산업 분야다. 이러한 이유로 '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그 어떤 분야보다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심도 있게 논의하면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 '메디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질 분야의 융합은 기존 지식의 협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또 다른 지식 체계를 만들어 냈다. 처방전달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 및 전송시스템(PACS),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CDW) 등과 같이 기존의 기업형 전산 시스템에서는 볼 수 없는 병원만의 독특한 전산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국제질병분류(ICD), 표준의료용어(SNOMED), 통합의학용어체제(UMLS), 유전자학(Gene Ontology)과 같은 의생명과학 분야 용어 체계가 수립됐다. 차세대유전체분석과 같은 분자 수준의 생명과학 데이터를 생산 및 분석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등장하기도 했고, HL7 및 공통데이터모델(CDM)과 같이 의료데이터 표준화 관련 이슈 등을 낳았다. 또 분자, 약물과 질병 간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신약 개발이 가능한 네트워크 의학을 등장시켰으며, 암 유전체를 기계가 자동 분석해서 적절한 임상 결정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 의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의료 영상만이 갖는 의료용디지털영상통신표준(DICOM)이란 데이터 저장 구조를 통해 의료영상 시스템 표준화를 이뤄 내기도 했다. 최근 의료 데이터의 클라우드 이용이라는 법리 해석을 위해 의료계 관계자 간에도 첨예한 대립이 있었으며, 의료 데이터 개방과 개인정보보호법 간 법리 해석을 두고 의료계에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등장하게 될 헬스케어 빅데이터 인프라인 개인건강기록(PHR) 및 블록체인 기술 등도 또 다른 법리상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해서 일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헬스케어와 빅데이터라는 두 이질 분야의 기술, 학문, 사회 특성 및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거시 시각으로 의료 가치를 창출해 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현재 공공 및 민간 빅데이터 교육기관에서 행해지는 단기 교육 대부분은 ICT와 데이터 분석 기술에 치우쳐 있다. 이는 각 학문의 도메인에서 다뤄지는 고유 데이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메인 그 자체에 있는 현재의 문제점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에 데이터 과학자는 양산하지 못하고 데이터 기술자만 양산할 뿐이다. 더욱이 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야는 기술뿐만 아니라 학문·사회에서 함께 타개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를 거시 시각에서 이끌어 갈 리더 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임상의학, 생명과학, 전산학, 통계학을 아울러 각 영역의 특성을 적절하게 연결하고 문제점을 도출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장기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현재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표방하며 엄청난 규모의 다양한 국가 연구 과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지만 현재는 전문가보다 이론가가 많아 헬스케어 빅데이터로부터 진정한 의료 가치를 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현재 헬스케어 분야는 다른 어떤 영역에 비해 빅데이터의 잠재 가치와 활용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평가되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매일 같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분야다. 이런 기업은 국가를 초월, 헬스케어 빅데이터 전문가 영입을 위해 혈안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서 정부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산업에 근시안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헬스케어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을 위한 장기 마일스톤부터 작성해야 한다.

한현욱 아주대 의대 의료정보학과 연구조교수 hwhan@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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