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9개 두뇌' 자율주행차 프로세서 개발... 원칩화로 가격경쟁력 높아

국산 자율주행자동차용 프로세서 칩 '알데바란'이 9개의 프로세서 코어를 탑재, 더 강력한 성능을 갖추게 됐다. 기존의 2배가 넘는 성능 향상과 다양한 기능 추가로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 칩 '알데바란'을 한층 더 발전시켜서 1와트(W) 안팎의 저전력으로 영상 인식 및 제어 기능을 통합 실행하는 프로세서 칩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ETRI 연구진이 알데바란에 내장된 UHD 동영상 코덱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ETRI 연구진이 알데바란에 내장된 UHD 동영상 코덱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가장 큰 개선점은 기존의 프로세서 1기가헤르츠(㎓) 코어를 4개에서 9개로 늘린 것이다. 1㎓ 코어는 초당 10억번의 고속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이로써 알데바란은 기존의 2.25배 성능을 보인다. 이론상으로 18개의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처리 가능 명령어 수는 8개였다. 이전보다 영상 해상도가 9배나 높은 영상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도 특징이다.

인식 기능도 크게 향상됐다. 실시간 초고화질(UHD) 영상 처리와 보행자, 차량, 차선, 움직임 인식을 지원한다. 레이더 및 위성항법장치(GPS) 신호 처리 인식도 가능하다.

앞으로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한 거리 측정 장치), 초음파 장비도 활용할 수 있다. 차량 보안 및 사고 증거 확보를 위한 주행 영상 저장도 가능하다. 고효율 비디오 코딩(HEVC) 표준의 UHD급 해상도를 지원한다.

지난해 보다 성능이 개선 된 알데바란 칩의 모습
지난해 보다 성능이 개선 된 알데바란 칩의 모습

'기능 안전' 기능도 확대됐다. 기능 안전 국제표준(ISO 26262)을 만족시키는 코어를 기존의 2개에서 4개로 늘렸다. 이들은 차량 급발진과 같은 내부 전자장치 고장을 스스로 체크하고 99% 확률로 확인·해결한다. 충돌 인식과 같은 위험 인식 기능도 강화된다.

전력 소모는 거의 늘지 않았다. 프로세서를 기존 2개의 칩에서 하나로 줄이고, 부가 최적화 기술을 가미한 결과다. 칩은 가로·세로 7.8㎜, 세로 6.7㎜ 크기로 손톱보다 작다. 프로세서 원 칩 구현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기존의 분리형 칩이 내장된 모듈 가격은 수십만원인 반면에 원 칩 모듈은 수만원에 불과하다.

ETRI는 개선된 알데바란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 내년에 상용화할 방침이다.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레벨 3의 조건부 자율주행 기능 구현에 활용한다. 알데바란을 인공지능(AI) 정보 기기로 응용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내년까지 영상 인식 엔진 성능이 100배 향상된 AI 프로세서를 제작할 계획이다.

권영수 프로세서연구그룹장은 “알데바란으로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기계와 사람 간 대화에서 목적지를 정하고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