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車, 단순 외주 개발에 그쳐선 안 된다

현대자동차가 외부 전문업체와 손잡고 초소형 전기자동차 개발과 공급을 추진한다. 언뜻 보면 취약한 분야를 외부 역량의 도움으로 메우는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지금까지 없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털 끝만큼도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거대한 내부 공정 안에는 허비되는 요소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일정 수량을 채워야만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기존의 구조에선 이런 시도가 달가울 리 없다. 그래서 저항 많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굴욕의 생산 방식이라 여겼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위기에 빠진 현대차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 방향성이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은 과거다. 잊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현대차 혼자서 개척하고, 심지어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외부의 빠르고 작은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와 제품을 과감하게 공동 개발 형태로 발전시켜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자극 받고,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갖고 있는 브랜드와 디자인·판매망을 작은 외부 기업의 혁신 및 아이디어에 접목시켜서 여러 번 시도할수록 좋다. 한두 번 실패해도 기존 신차 모델 실패의 1000분의 1, 1만분의 1 비용이면 충분하다.

자동차도 앞으로 맞춤형 즉각 생산 방식으로 점차 바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생산 라인과 부품 공급 체인, 차량 적치장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궁극으로는 국내외 다수의 전기차·스마트카 디자인 회사가 현대차를 생산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전까지 그려 나갈 필요가 있다.

작은 출발이지만 지금의 위기보다 더 큰 기회를 만드는 변화일 수 있다. 다만 현대차 내부에서 이런 변화와 시도의 긍정성을 읽을 수 있는 경영진의 생각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쎄미시스코가 개발해 연내 출시를 앞둔 초소형 전기차 '스마트 EV'.
쎄미시스코가 개발해 연내 출시를 앞둔 초소형 전기차 '스마트 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