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부, 중국 공장 설립 크게 봐야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에 중국 공장 증설을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투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대기업은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중국 동반 진출을 준비하고 있던 중소 장비·재료업체도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구매하는 해외 고객사도 예약된 물량을 못 받을까 우려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경우 몇 년 전부터 물량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설비 투자 계획도 함께 수립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 공장 증설을 불허하면 후방산업뿐만 아니라 전방산업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가 예상된다.

정부가 중국 공장 증설에 제동을 건 것은 기술 유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관련한 외교 마찰, 내수 진작 등 복합된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중국 투자액을 국내로 돌리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계에선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고 펄쩍 뛰었다. 세부 비즈니스 환경이나 기업 속사정을 따져 보면 국내 투자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급증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생산량 확대가 시급하다. 자금도 만만찮게 든다. 중국 공장 증설을 결정한 이유도 중국으로부터 투자액을 유치할 수 있는 점이 고려됐다. 투자가 무산되면 증설은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다. OLED 호황기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도 국내 증설 투자에 난관이 많다. 당장 공장을 늘릴 부지 확보도 힘든 데다 여러 규제 때문에 전기나 용수를 조달하기도 어렵다. 중국 지방정부와 맺은 투자 약속을 파기하면 현지 생산법인이 받는 각종 세제 혜택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커진다.

정부가 20일 LG디스플레이 중국 공장 승인을 심사할 소위원회를 가동했다. 소위는 기술 유출뿐만 아니라 전·후방산업계의 세세한 속사정도 잘 검토해야 한다.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무엇이 손해인지, 롯데에 이어 또 다른 기업으로 보복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