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태양전지 한계, 유기태양전지가 넘어서는 모습 보여주겠다"

“유기태양전지(OPV)는 기존 무기물 태양전지가 진입하지 못한 새로운 응용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 강점을 발휘합니다.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건축물을 시작으로 유기태양전지를 접목하는 시도가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유기물 태양전지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무기물 태양전지에 비해 연구개발 역사가 짧고 효율성도 부족하지만 무기 태양전지가 적용되기 힘든 건축물, 자동차, 소형기기 등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재료기업 머크는 유기물 태양전지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 적용한 유기물 소재 기술력을 활용해 유기 태양전지 시장 확산에 나섰다.

22일 글로벌소재테크포럼 참석차 방한한 데이비드 뮐러 머크그룹 태양광 글로벌마케팅 총괄은 “기존 건축물에 통합하는 건물일체형 연료전지(BIPV)는 시장 규모가 크고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자동차, 모바일, 웨어러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 여러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뮐러 머크그룹 태양광 글로벌마케팅 총괄 (사진=머크)
데이비드 뮐러 머크그룹 태양광 글로벌마케팅 총괄 (사진=머크)

기존 무기물 태양전지는 보통 항공우주, 발전소 등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한 분야에서 사용한다. 개별 건물에는 옥상에 독립형으로 설치한다.

반면에 유기 태양전지는 원하는 용도로 맞춤 제작할 수 있다. 건축물에 별도 설치하지 않고 건물 자체에 통합할 수 있는 신소재다. 별도 색상을 넣거나 반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어 응용범위가 넓다. 작고 얇아서 소형기기 등 태양전지가 진입하지 못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자동차, 깨지기 쉬운 지붕, 우산, 심지어 선글라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유기 태양전지는 재료와 공정 기술이 무기 태양전지와 전혀 다르다. 기존 실리콘웨이퍼를 사용하는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는 원료 가스를 분해하고 증착하는 제조비용이 많이 든다.

이에 비해 유기 태양전지는 유기반도체 재료 특성상 분자 구조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어 고효율 재료를 다양하게 고안할 수 있다. 소자구조가 단순해 공정이 간단한데 롤투롤 프린팅 공정을 이용하면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손실이 적고 박막이 얇아도 빛을 많이 흡수하는 것도 강점이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조명도 에너지로 전환한다.

아직 기존 무기물 태양전지보다 에너지 변환효율이 낮다.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 등보다 소자 효율이 절반 이하에 그친다.

데이비드 뮐러 총괄은 “유기 태양전지는 전통 실리콘 태양전지가 접근할 수 없거나 제약이 있는 시장이 주요 대상인 파격 기술”이라며 “색상, 형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고 유연하고 가벼워서 태양전지 기능을 '통합'하는 새로운 소재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비엔날레에 출품한 머크의 OPV, OLED 기술을 결합한 파사드 시스템 (사진=머크)
서울비엔날레에 출품한 머크의 OPV, OLED 기술을 결합한 파사드 시스템 (사진=머크)

머크는 벨렉트릭OPV 등 파트너 기업과 손잡고 유기 태양전지 상용화에 나섰다.

뮐러 총괄은 “1세대 제품 성능이 일부 흥미로운 응용 제품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어서 고객사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성능을 높이고 기능을 추가한 차세대 유기 태양전지 소재를 집중 연구해 잠재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