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출연연 비정규직 문제 출구는 있는가

모두가 불편해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얘기다. '정규직' 희망에 부풀었던 비정규직은 오히려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급기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이드라인 발표를 연기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복잡하게 얽힌 연구 현실을 생각하지 않은 채 구상했던 출연연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정책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무리수였다.

출연연 인력 구성은 매우 복잡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 직원은 학생연구원을 제외하면 총 1만5899명이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3714명으로 23.4%를 차지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같은 정규직이라도 직능별로 처우와 역할이 다르다. 이들 직원을 직능별로 구분하면 연구직 1만1641명, 행정직 1645명, 기술직 1405명, 기능직 1208명이다. 연구직이 73.2%로 가장 많다. 여기에 학생 연구원 4131명을 포함시키면 연구직 비중은 78.7%까지 높아진다.

연구직은 비정규직이 2677명으로 23%를 차지한다. 학생연구원은 제외한 수치다. 행정직은 179명으로 10.9%, 기술직은 319명으로 22.7%, 기능직은 539명으로 44.6%가 비정규직이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직능은 연구직이다. 이들은 채용 과정부터 다르다. 예를 들어 정규 연구직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는 반면 비정규 연구직은 상황에 따라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사후과정(포닥)도 포함한다.

정규 연구직 종사자가 비정규직을 일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이유다. 채용의 형평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정규직 연구원은 정년제 트랙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정규직 공개채용 시 가점을 주자는 정도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정도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하려면 정원 제한부터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예산 문제와도 직결돼 사실상 어렵다. 더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심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제한된 예산으로 인력을 운영해야 하는 출연연 입장에서는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건 비정규직만 불안해진다. 애초의 정책 취지와는 정 반대 결과다. 돌파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과기정통부가 뒤늦게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으나 뾰족한 묘수는 없는 듯하다. 출연연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어설프게 건드려서 모두가 불편해진 케이스다.

선진국처럼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이 방법도 예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산을 확보해야하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논란에 휩쌓인다. 조세저항은 불 보듯 환하다. '유연한 고용'이라는 점도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제도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태생적으로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출연연 비정규직을 출연연 개별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결국 정부와 노동계가 나서서 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수밖에 없다. 출연연의 주인은 국가이며, 국민이기 때문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