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성공률 1% 치매 치료제 첫 깃발 누가 꽂을까…전세계 제약사는 개발 전쟁 중

[이슈분석] 성공률 1% 치매 치료제 첫 깃발 누가 꽂을까…전세계 제약사는 개발 전쟁 중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23년까지 1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메디포스트 연구진이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연구 중이다.
메디포스트 연구진이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연구 중이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23년까지 1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 치매 인구 증가로 시장은 급성장한다. WHO에 따르면 세계 치매 인구는 2015년 약 4747만명이나 2050년 약 3배 증가해 1억3546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약 1000만건 치매가 진단된다. 3.2초당 1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국내·외 제약기업이 알츠하이머치매 등 정신신경계 의약품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바로 '시장성' 때문이다.

치매 중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약 2700만명에 달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2020년쯤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임상시험에 열을 올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등 콜린성 신경계 조절 약물과 NMDA 수용체 길항제 약물 5개에 불과하다. 대표적 치료제는 에자이 '아리셉트', 노바티스 '엑셀론', 얀센 '라자딘', 룬드벡 '에빅사', 엘러간 '나멘다' 등이다. 아리셉트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 제약사들은 아리셉트 등 특허 만료된 치료제 복제약을 개발, 판매 중이다.

상용화에 성공한 약도 근본적 치료제는 아니다.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늦추는 수준이다. 아리셉트나 나멘다 등 치료제는 알츠하이머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이지만 질병 악화를 늦추지는 못한다.

[이슈분석] 성공률 1% 치매 치료제 첫 깃발 누가 꽂을까…전세계 제약사는 개발 전쟁 중

완치제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 임상 건수는 약 1087건에 달한다. 임상시험 건수는 미국 620건,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169건, 유럽 309건 등이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후보물질 244개 대상 임상시험 413건 중 미국 FDA 품목허가를 받은 품목은 1건에 불과하다. 임상 실패율이 99% 달한다.

치매는 독성단백질이 뇌세포에 쌓여 인지기능이 퇴화하는 질병이다. 연구자들도 독성단백질에 주목한다. 치매 진행을 조기에 멈추려면 약 성분이 뇌세포 안으로 진입해야 한다. 여기에 난관이 있다. 뇌세포가 뇌로 투입되는 의약품도 외부 공격으로 여겨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화이자·로슈·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했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11조원을 투자한 치매 치료 물질 '솔라네주맙' 3상 임상결과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개발을 중단했다.

로슈 '간테네루맙'은 2014년 12월 임상 3상 중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시험을 중단했다. 로슈는 일부 환자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단백질 엉킴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투여량을 재조절해 3상 임상을 재개했다. 2010년 화이자 역시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3상을 시작했다. 화이자도 '바피뉴주맙' 3상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화이자는 인지기능 등 개선효과가 평가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올해 MSD도 '베루베세스타트' 임상 3상을 중단했다. 3상 임상연구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 향상 등 치료효과를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세계적 제약사들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 중인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E2609'는 임상 3상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 애브비, 사노피, GSK 등도 지속적으로 치료제 개발을 시도 중이다. 중증 질환 치료제 개발이 난관에 부딪히자 경증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인 곳도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업체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젬백스앤카엘은 항암백신 후보물질 'GV1001'을 개발, 국내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추진한다. 차바이오텍 태반 유래 줄기세포 'CB-AC-02'는 임상 1상 단계다. 메디포스트는 '뉴로스템'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매치료제를 개발한다. 동아에스티는 베타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뇌 신경전달물질 증가 등에 효과 있는 천연물 성분 신약 'DA-9803'을 개발한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12월부터 체내에서 방출돼 한 달에 한 번 투여해도 약효가 유지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대화제약과 일동제약은 치매 치료 천연물의약품을 개발한다. 대화제약은 동물실험에서 독성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후보물질 임상시험 중이다. 일동제약은 멀구슬나무 열매 천련자로부터 신약후보물질을 추출해 임상을 진행한다.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ID1201은 체내에서 알파세크레타아제라는 효소를 촉진시켜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한다. SK케미칼은 천연물 신약인 'SK PC B70M'을 추진했지만 개발을 보류했다. 회사는 지난해 패치형 치매 치료제 'SID710' 미국 시판허가를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CJ헬스케어는 3월 치매치료 항체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뉴라클사이언스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아이큐어는 도네페질 약물을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치료제를 개발, 현재 임상 3상을 추진 중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계속되는 이유는 기존에 개발, 출시된 인지개선용 의약품이 기대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도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뚜렷한 기술 개발 성과가 없다”며 “범국가적 차원에서 치료제 개발을 서둘러야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