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신 세계경제질서 주도권 경쟁과 제4차 산업혁명

2017년은 미국이 무역자유화의 모토 아래 이끌어온 전후 세계경제질서의 '종언'이 시작되는 해로 평가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정권 출범이후 신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반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유무역을 호소한 것은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경제질서를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이지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이 빠진 신 세계경제질서에서 대표주자를 꼽는다면 역시 중국, 일본, 독일이다. 이 3개국은 세계시장과 기술에서 그리고 정책의 존재감이 여전히 크다.

중국, 일본, 독일은 거의 동시에 정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오는 10월 18일 제19차 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한다. 시진핑 1인 독재체제의 완성이 예상된다. 일본은 정권 기반 재구축을 노린 아베 신조 총리의 의회해산 선언과 함께 10월말 조기 총선을 치른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과 기독사회당 연합이 승리해 메르켈 16년 최장기 집권체제에 돌입했다.

리더십이 강화되는 정치적 전환기에는 많은 정책이 쏟아진다. 국가가 나아가고자하는 방향과 의지가 드러난다. 시진핑 주석, 메르켈 총리, 아베 총리는 장기집권으로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3개국 지도자들은 신 세계경제질서의 주도권 경쟁도 결국 제4차 산업혁명의 성패로 결판 날 것이란 판단 아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내세운 국가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가 이노베이션 전략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2기에 맞춰 '국가 과학기술이노베이션 제13차 5개년 계획'과 '국가 이노베이션 구동 발전 전략 강요'를 통해 '중국 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등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을 뒷받침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발표한 '국가 과학기술이노베이션 제13차5개년계획(2016-2020)의 체계를 완성했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금부터 기초연구, 신에너지, 신소재. 첨단제조, 자원, 환경, 해양 등 민생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발표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메르켈 총리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견인차로 한 (세계산업에서의) 리딩 포지션 전략을 제창하고 있다. 그는 “오늘의 연구개발 투자는 오늘과 내일의 고용, 번영, 풍요로운 생활을 의미한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선거기간 내내 연구개발에 관한 공약을 외치고 다녔다. GDP(국내총생산)의 3%에 이르고 있는 독일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3.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향후 독일의 연구개발 방향을 '디지털 어젠다'와 '바이오 어젠다'를 두 축으로 삼아 '인더스트리 4.0'을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진화시켜 나가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명목 GDP 600조엔 달성', '희망출산율을 1.8', '개호 이직 제로'라는 새로운 '3개의 화살'로 '일본 1억 총활약 시대'를 연다는 2단계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와 제4차 산업혁명 전략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미래투자회의를 설립하고 일사분란한 부처의 정책 추진을 총괄하고 있다. 미래투자회의는 지난 6월 '소사이터티 5.0' 실현을 위한 '미래투자 전략 2017'을 내놓았다. 미래투자회의는 IOT(사물인터넷)와 로봇에 대한 투자를 촉진해 인력부족을 보강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내용을 최우선 사항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중국, 독일,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도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국가 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 이를 강력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래야만 신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생존할 수 있다.

[곽재원의 Now&Future]신 세계경제질서 주도권 경쟁과 제4차 산업혁명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