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혁신본부 R&D 예산권 확보 '청신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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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혁신본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 확보 작업이 한 고비를 넘었다. 부처 간 이견이 첨예했던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을 둘러싼 중재안이 나왔다. 예타는 기존 안대로 과기혁신본부가 수행하고, 최종 예산 편성만 기획재정부에 맡기는 안이다.

24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가 국무조정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마련한 중재안을 놓고 협상 중이다. 양 부처는 중재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안 취지에 상당 부분 공감을 이뤘다. 명문화 방법과 수위를 조율하는 단계다.

중재안이 나온 것은 예타 수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이 심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강화를 위해 국가 R&D 사업 예타 권한 이관(기재부→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을 추진했다. 예타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R&D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부 방침에 기재부가 거세게 반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반대 여론이 높았다. R&D 예산 지출한도(실링) 공동설정에는 이견을 좁혔다. 반면 예타 권한은 내놓을 수 없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었다.

중재안은 예타 업무를 이관하면서도 최종 예산 편성 과정에 기재부 역할을 보장하는 게 골자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도 국가 재정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과기정통부도 인정했다. 전체 예타 사업 중 R&D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간 5% 내외다. 이를 완전히 분리시키면 R&D 예타와 국가 재정이 따로 놀 우려가 있다.

결국 예타 자체는 과기정통부가 수행하고, 최종 예산 편성은 기재부가 수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재안 합의가 이뤄지면 국회 기재위에서 대안 입법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중재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 R&D 사업 예타는 사상 처음 기재부 틀을 벗어난다. 과기계가 주장해온 'R&D 예산권 독립'이 실현된다.

'예타 병목' 해소가 기대된다. 현행 체제에서 R&D 사업 예타는 '옥상옥'을 거친다. 기재부 예타 심의 전 과기정통부 기술성 평가를 받는다. 기재부는 통과된 사업을 놓고 기술·정책·경제 타당성을 다시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서 비용-효과를 정량화하기 어려운 R&D 특수성이 감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예타가 이관되면 이런 문제는 대폭 완화된다. 수행 체계가 단순해진다. 국가 R&D 예타는 과기정통부로 일원화된다. 사업책임자가 예산 확보를 위해 두 부처를 번갈아 뛰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과기정통부는 업무를 이관받으면 예타 소요 기간을 평균 20개월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시킬 계획이다. 비용-효과 분석에 기초한 경제성 평가는 최소화한다.

과학계 한 기관장은 “정책 취지도 살릴 수 있고, 국가 재정을 위한 기재부 역할도 보장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과기정통부와 기재부가 역할과 전문성을 살리면서 협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기혁신본부 예산권 확보를 위해 개정해야 하는 법은 국가과학기본법과 국가재정법이다. 국가과학기본법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이달 말 처리가 예상된다.

병행 처리가 필요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기재위에서 계류돼 진척이 없었다. 중재안이 마련되면 기재위 통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 법을 대표발의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아직 중재안을 접하지 못했다”면서 “(전달 받으면)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