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로보 택시 '큐브' 타보니…

“걱정하지 마세요. 큐브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데려다줄 겁니다.”

안드레 홈 콘티넨탈 박사가 스마트폰을 꺼내 로보 택시 '큐브(CUbE)'를 호출했다. 주차장 한쪽에서 대기하던 큐브가 앞으로 다가와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콘티넨탈이 개발한 로보 택시 '큐브'.
콘티넨탈이 개발한 로보 택시 '큐브'.

좌우로 문이 열리고 큐브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별도의 운전석 없이 앞뒤로 3개씩 총 6개의 좌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일 필요 없이 천정이 높고 서로 마주 보고 앉는 방식으로, 승용차라기보다 마을버스나 지하철 내부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안드레 홈 박사가 스마트폰 앱으로 큐브를 호출하고 있다.
안드레 홈 박사가 스마트폰 앱으로 큐브를 호출하고 있다.

문이 닫히자 좌석에 앉으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큐브는 지붕에 설치된 카메라로 탑승자의 착석 여부를 확인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살짝 언덕진 오르막길을 지나 횡단보도가 나오자 차량을 속도를 늦췄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큐브는 부드럽게 멈춰선다. 파란불이 들어오니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큐브는 운전석이 없고 지하철처럼 좌우로 문이 열린다.
큐브는 운전석이 없고 지하철처럼 좌우로 문이 열린다.

홈 박사는 “큐브는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감지하고 차량·사물 간 통신(V2X)을 통해 교통신호와 소통한다”면서 “큐브가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스스로 가속과 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큐브의 실내 모습. 각종 전자장비들이 즐비하다.
큐브의 실내 모습. 각종 전자장비들이 즐비하다.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연 구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자리한 콘티넨탈 연구소 내부다. 이곳에는 자율주행차를 직접 테스트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신호등과 같은 가상의 도로 환경을 구현해 놨다. 콘티넨탈에는 3만2000여명의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큐브 범퍼 모서리에는 4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다.
큐브 범퍼 모서리에는 4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다.

차량에서 내려 외관을 천천히 살펴봤다. 박스형 디자인이 앙증맞다. 양산차처럼 전조등과 방향지시등도 있다. 앞뒤 범퍼 4개 모서리 부분에는 센서가 불룩 튀어나와 있다. 도로 상황을 감지하는 라이다 센서다. 차체 앞과 뒤 창문 부분에도 도로 위 상황을 감지하는 수많은 센서가 자리하고 있다.

큐브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들.
큐브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들.

큐브는 단순히 사람 대신 운전을 해주는 자율주행차에서 연결성을 더해 한 단계 진화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큐브를 예약하면 이동 중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예약자를 태울 수 있다. 마을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개념에 가깝다.

홈 박사는 “큐브에 탑재된 연결 기반의 인식 센서는 콘티넨탈이 지금까지 개발한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을 통합한 결과물”이라며 “큐브와 자율주행차량이 실제 도심에 투입될 경우 심각한 교통체증 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큐브에 부착된 고가의 장비들도 대량 생산화될 경우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