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방통심의위, 텀블러에 불법콘텐츠 대응 요청 거절당해"

미국 블로그 사이트 '텀블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음란물이 게시되는 텀블러에 '불법콘텐츠 대응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25일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은 방통심의위 '불법·유해정보 통신심의 내역을 보면, 시정요구를 받은 '성매매·음란' 정보 가운데 텀블러 콘텐츠가 가장 많았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텀블러의 '성매매·음란' 정보는 9477건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운데 가장 많았던 트위터(1만165건)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2016년에 트위터는 6853건으로 줄어들었지만 텀블러는 4만7480건으로 전체 '성매매·음란' 정보의 58%를 차지했다. 1년 새 5배 가량 급증했다. 올해도 비중이 더 늘어 전체의 74% 가량을 텀블러의 '성매매·음란' 정보가 차지했다.

텀블러는 '미국 회사'라는 이유로 방통심의위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2016년 8월 텀블러에 “최근에 성적으로 노골적인 많은 동영상이 텀블러에 업로드되고 있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새로운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됐다”면서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텀블러는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요청을 거절했다.

방통심의위가 몇몇 음란 콘텐츠의 인터넷주소(URL)를 적시해 한국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라며 한국에서 제거되거나 블록 조치하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신고된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

최명길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스 등 포털사업자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방통심의위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운영한다”라며 “2015년부터는 해외 사업자인 트위터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FC2도 추가로 참여, 방통심의위의 불법콘텐츠 시정요구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은 도박, 불법 마약,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장기매매, 자살 등 명백한 불법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심의에 앞서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고, 사업자가 직접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불법정보 유통을 차단한다.

최명길 의원은 “한국에서 불법 성매매·음란 정보의 온상으로 떠오른 텀블러가 방통심의위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텀블러는 한국에 지사는 없지만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법과 실정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가지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