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잡아라”…한중일 배터리업계 수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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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가 차세대 전기자동차에 원통형 전지를 탑재하기로 하면서 LG화학, 삼성SDI, 파나소닉 등 배터리 제조사가 뜨거운 수주경쟁에 돌입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재규어는 향후 출시할 전기차 차기 모델에 21700 규격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입찰에 나섰다.

배터리 수량은 연간 20억개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전기차 한 대에 약 7000개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2만8000여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현재 국내 업체 원통형 배터리 생산량이 연간 10억개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생산 규모가 배 이상 늘어나는 대형 수주계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통형 배터리 10억개를 생산하는데 생산라인 5개 정도가 필요하다”면서 “어느 업체든 재규어를 고객사로 확보하면 원통형 배터리 사업에서 급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21700 원통형 배터리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SDI와 LG화학 외에 일본 파나소닉, 중국 리셴, BAK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전기차용 물량을 전담하는 파나소닉에 비해 공급망 대응이 유연한 국내 업체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업계도 최근 공격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한국과 기술 격차가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의 18650 원통형 배터리 (사진=LG화학)
LG화학의 18650 원통형 배터리 (사진=LG화학)

기존까지 주로 노트북이나 전동공구 등에 주로 쓰이던 원통형 배터리는 2008년 테슬라가 첫 전기차인 로드스터에 적용하면서 자동차용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규격화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높이가 낮아 디자인 효율성도 높다. 높은 출력과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배터리 업계도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원통형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있다. 초창기에는 셀 하나당 용량이 1800mAh 수준이었지만, 최근 나오는 전기차에는 2~3년 전 개발된 3000mAh대 원통형 배터리가 장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는 4000mAh대 후반에서 5000mAh 초반 용량의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한창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 원통형 소형 배터리 '18650'과 '21700' 크기 비교 (사진=삼성SDI)
삼성SDI 원통형 소형 배터리 '18650'과 '21700' 크기 비교 (사진=삼성SDI)

용량을 늘리려면 배터리 크기도 커질 필요가 있다. 원통형 배터리 새 표준인 21700은 지름 21㎜, 높이 70㎜ 크기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일컫는다. 기존 18650(지름 18㎜, 높이 65㎜) 원통형 배터리 보다 크기가 커져 용량도 최대 50%가량 늘릴 수 있다.

테슬라는 올해 출시한 보급형 신모델 '모델3'부터 용량이 늘어난 21700 배터리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와 패러데이퓨처도 출시 예정인 전기차에 21700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하고 국내 업체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21700 원통형 배터리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가 안정성과 범용성 등을 무기로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18650에서 21700으로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상용차 브랜드가 자사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결정하면 배터리 제조사의 공급량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