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86> 비즈니스 모델 다루기

1998년 9월 15일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는 '리오'를 출시한다. 리오 PMP300은 초기의 MP3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다. 높이 9㎝, 너비 6.4㎝, 두께 1.6㎝. 검은색 외장에 큰 버튼과 작은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 동그란 모양의 컨트롤 버튼이 달렸다.

음악은 앞뒤로 찾을 수 있고, 반복하거나 알아서 재생해 주는 기능이 있다. 가격은 200달러 남짓. 32MB 저장 용량으로 약 30분 분량의 음악을 담는다. 커버가 부서지는 디자인 문제도 있었지만 AA건전지 하나로 작동하는 이것은 꽤나 잘 팔렸다.

2000년 3월에는 베스트 데이터의 '카보'도 나온다. 내장이 들여다보이는 반투명 파란색 플라스틱으로 치장했다. 타원형 디스플레이에 앞뒤, 플레이, 정지, 녹음, 지우기 버튼이 달렸다.

아마존에 올라온 품평은 썩 탐탁하지 않았다. 소비자 38%가 별 다섯 개, 27%가 별 네 개를 줬다. 그러나 35%는 그보다 낮게 매겼다. 18%가 별 하나를 준 것을 봐서는 취향이 꽤나 갈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럭저럭 판매할 수 있었다.

지금 이들 제품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3년 아이튠스 스토어와 함께 '아이포드'가 나오자 모든 것이 쓸려 들어간다. 시장 선도자들이었고 나름대로 고객이 즐길 만한 제품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을 누가 따라 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으로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lt;86&gt; 비즈니스 모델 다루기

아이포드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마크 존슨 이노사이트 컨설팅 회장과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다른 이유를 찾는다.

애플이 성공한 것은 단지 더 나은 기술을, 더 나은 디자인으로 포장한 것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과 디자인을 감싼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 탓이다. 음악 파일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애플다움'이 있었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서비스 혁신을 함께 묶었다. 따지고 보면 질레트의 면도날 방식을 뒤집은 것이다. 질레트가 면도기는 싸게 파는 대신 면도날에서 수익을 찾았다면 애플은 아이튠스 음악을 별반 이윤 없이 제공하고 수익이 남는 아이포드를 사도록 했다. 수익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했고, 게임 방식은 바뀌었다. 이 새 시장에서 애플에 꺼릴 것은 없었다.

비즈니스 모델은 더없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기업은 실패한다. 왜 그럴까. '비즈니스 모델 이노베이션 팩토리'의 저자 솔 캐플런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최고경영자(CEO) 몫이다.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방식으로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이것은 귀찮은 위협거리인 셈이다.

둘째는 제품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을 때다. 제품에만 의존할 때 새로운 방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이포드 하나뿐이었다면 애플의 성공은 그저 그런 정도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튠스라는 서비스와 만났을 때 비로소 애플다운 무엇이 됐다. 제품 아니면 서비스라는 이분법에 빠질 때 혁신이 살아남을 공간은 없다.

셋째는 제 시장 갉아먹기 두려움이다. 많은 CEO가 말한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할 선택은 지금 잘나가는 비즈니스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입니다.” 시장 점유율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방식이 기존 매출을 줄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싸인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lt;86&gt; 비즈니스 모델 다루기

아이패드도 마찬가지였다. 노트북 시장을 대체할 거라 했다. 출시 첫날 30만대, 80일 만에 300만대가 팔린다. 새 비즈니스 모델도 마찬가지다. 긍정성의 잠재력에 눈을 감을 때 새로운 기회는 놓치기 마련이다. 넷째 기존 재무지표를 들이댈 때도 문제는 시작된다. 기존 비즈니스에 맞춘 잣대를 갖다 댄다. 투자수익률(ROI)은 높이 잡고, 이만큼 수익률이 안 나면 트집거리가 된다.

2016 글로벌 드러커 포럼에 이런 주제가 올라온다. 대체자와 와해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체자란 기존 방식으로 경쟁하는 기업이다. 그 대신 기존 기업을 능가하면 대체자가 된다. 와해자는 다르다. 이들은 새로운 게임 방식을 제안한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들어간다. 한 기고문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누군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면 나머지 기업에는 훨씬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요.” 아이폰이 말해 주는 것도 이것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