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자문서,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기고]전자문서,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전자문서는 정부의 지속된 정보기술(IT) 장려 정책 덕에 발전한 성공 사례다. 2000년 '전자정부법' 제정을 시작으로 꾸준히 추진되는 전자정부 정책으로 공무원 생산성과 민원 편의성은 대폭 개선됐다.

한국 전자정부는 2010년, 2012년, 2014년 3회 연속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민원서류를 발급하려면 여러 기관을 옮겨 다녀야 했다. 시간 낭비와 불필요한 이동에 따른 교통비, 물류비, 업무 손실은 막대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업무 대부분이 처리된다. 정부는 앞으로 재외 국민에게도 더욱 수월하고 다양한 온라인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정부 차원의 전자문서 활용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민간이다. 정부는 민간 부문의 전자문서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을 개정했다. 공인전자문서센터, 공인전자주소, 전자화문서제도 등 각종 공인전자문서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알차고 눈에 띄는 확산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제도의 취지나 목적은 훌륭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다는 생각도 든다.

한 예로 공인전자문서센터는 기업 문서 가운데 법률 효력이 필요한 중요 서류를 믿을 수 있는 제3자가 위탁해서 장기간 보관을 해 준다. 그러나 자사 문서를 외부에 맡긴다는 것을 불신하는 시각이 있어 사용률이 저조했다. 최근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이 활성화되면서 점차 기업 현장에서도 기업 콘텐츠를 외부에 맡기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 덕분인지 공인전자문서보관센터에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협회로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 공인전자문서센터 사용 관련 질문이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공인전자문서센터 구축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민간 분야 전자문서 확산이 어려운 이유는 높은 도입 비용, 종이문서 업무 관행, 전자문서 법률 효력 부족으로 볼 수 있다.

민간 문서 사용 환경은 정부와 달리 자율성이 강하다. 기존의 종이문서 관행을 고수하려는 경향과 시스템 도입 비용이 장애로 작용한다. 검토 단계에 이르더라도 전자문서 법률 효력이 종이문서에 미치지 못한다는 오해 때문에 답보 상태인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인전자문서센터와 공인전자주소를 도입했지만 사용률은 높지 않다.

전자문서를 확산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책 추진 방향을 민간 수준에 맞춰야 한다. 종이문서 업무 관행과 법률 효력 부분은 제도 정비, 인식 개선 캠페인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자문서 법 해석의 모호성을 개선하려는 최근 움직임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이유다.

실제로 2012년 전자청약 가이드라인이 배포된 후 최근 수년 동안 보험과 금융 업계에 모바일 기반의 전자계약 관련 시스템이 활발하게 구축됐다. 사회 전반으로도 전자문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꾸준한 정책 추진으로 산업 영역 전반에 걸쳐 전자문서의 기대 효과와 인식이 높아진다면 도입 비용 저항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초기 도입 비용을 줄여 주기도 한다.

정부도 전자문서 도입 기업 세제 혜택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중소기업 전자문서 도입 장려를 위한 지원 사업을 마련하면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자문서의 핵심 가치는 시스템과 연결,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단순히 종이에서 전자로 매체를 바꾸는 게 아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데이터 기술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이 등장하면서 전자문서 융합 모델이 창출되는 페이퍼리스 2.0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페이퍼리스 2.0 시대에서 전자문서는 더욱더 지능화된다. 업무 환경을 최적화하고 공유와 협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이는 기업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최신 기술 도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기업의 업무 체계와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자동화와 연결성이 더욱더 현실 대안이 될 것이다.

박미경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 회장 mkpark@for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