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OS 보급사업, 취지와 현실의 괴리

취지는 좋지만 현실이 따라 주지 않는 정책이 있다. 정부가 2014년 야심 차게 추진한 개방형 운용체계(OS) '하모니카'의 개발·보급 프로젝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특정 소프트웨어(SW) 의존도를 줄여 글로벌 SW 기업의 OS 종속에서 탈피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개발 성과는 좋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보급·확산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개방형 OS를 도입한 공공기관이 25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급 예산을 추가 도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도리어 해를 거듭할수록 도입한 공공기관 수가 줄고 있다는 통계다.

정부가 개방형 OS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수요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하모니카' 프로젝트는 사업 성격상 그런 식의 비판은 적절치 않다. 당시 분명한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상 시도 자체는 평가받을 만하다.

간과한 것이 있다면 OS라는 아이템의 특성이다. 새로운 학습을 필요로 하는 부담감과 호환성 때문에 실제 사용자가 선뜻 도입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현실상으로도 OS 업그레이드 예산이 필요하고, 교육 지원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중장기로 확산시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공허하게 들린다.

정부가 개발해 놓고도 정작 정부기관이 쓰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명분으로 시작했다고 해서 계속 밀어붙이면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더욱이 OS는 호환성이 결여되면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

정책 추진 당시 상황과 이후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정책이라도 추진해 보고, 현실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하다. 2014년 시작된 '하모니카' 프로젝트는 제대로 예산을 투입해서 확산시킬 것인지, 현실과 타협해서 과감하게 중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인지 이제 결정해야 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