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석연휴와 중소벤처인의 민심

“수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추석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해야 합니다. 특별 수당으로 임금의 1.5배를 부담해야 하는데 매출 하락으로 죽을 맛입니다.”

추석 직전에 만난 중소 금형제조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종업원 50여명을 둔 그는 열흘로 이어지는 민속 대명절이 반갑지 않다고 했다. 남들은 고향에 가고, 가족과 지인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지만 휴일 근무수당을 지급해서라도 라인을 돌려야 하는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연휴 기간에도 '퐁당퐁당 근무'를 해야 하니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며 푸념이다. 이들은 기나긴 연휴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야속하기만 했다.

기나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은 가족과 친지, 이웃들과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중소벤처인들은 상대성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긴 추석 연휴로 회사 자금 사정이 곤란해질 것을 우려하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 연휴 때 자금 조달 곤란 원인으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69.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자금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근무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이 넘도록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의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컨트롤타워 부재 사태가 장기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인들은 소신과 능력을 갖춘 장관 적임자가 하루빨리 임명되길 바라고 있다. 판매 대금 회수 지연, 납품 단가 인하 등 고질병을 해소하고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민심 살피기에 바빴다. 내년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정치권은 중소벤처기업인의 마음을 똑똑히 보고, 귀담아 듣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내년 추석에는 중소벤처기업인 모두가 실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