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최초 협력사까지 안전감시단 운용…사고 제로화 도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신공장 외경.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신공장 외경.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장 내 장비 조립이나 유지보수 업무에 안전감시단을 운용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처음이다.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외 장비 협력사에 '안전감시단' 운용을 권고했다. 삼성과 거래하는 장비 협력사는 이 같은 권고에 따라 최근 하청업체를 통해 장비 배송, 설치, 유지보수 분야 안전감시단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감시단은 건설업계에선 운용되고 있는 일반화 제도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도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때 건설을 맡는 삼성물산과 하청업체 등을 통해 안전감시단을 운용해 왔다. 안전감시단의 주 역할은 현장을 거닐면서 작업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 등 복장 검사와 음주, 흡연 등 현장 규정에 맞지 않는 사항을 감시하고 지적해 이를 시정토록 하는 업무를 맡는다. 단어 그대로 '감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월 급여는 240만~280만원 수준이다. 삼성이나 협력사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전문 자격증(안전산업기사 등) 보유 안전관리자의 보조 역할을 한다.

장비 협력사가 운용하는 안전감시단은 방진복을 입고 직접 생산 라인 내에 배치된다. 협력사 직원이 장비를 조립할 때 안전 요건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안전 숙지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삼성은 이러한 개연성까지도 없애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모 회사 공장에선 유지보수를 위해 투입된 작업자가 장비 부근에서 낮잠을 자다 변을 당한 적도 있는데 이런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조립, 유지보수 업무에 안전감시단을 운용하는 회사는 삼성이 처음이다. 대체로 반도체 장비 한 대를 삼성 공장에 입고할 때는 5~1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여기에 1~2명의 안전감시단이 붙는다.

보통 건설 작업 현장에선 안전감시단 직원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삼성은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만큼 마찰을 빚는 일이 없다는 것이 작업자들의 전언이다. 안전감시단이 지적한 내용은 안전관리 부서에 전달되고, 이 경우 해당 작업자를 고용한 협력사는 벌점을 받는다. 이 벌점이 임계 수치를 넘으면 삼성과의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 안전감시단의 권위가 막강하다는 얘기다.

삼성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 건설 현장에서 안전감시단 일을 한 적이 있는 한 근로자는 “감시단 직원이 보이기만 해도 작업자가 안전모를 고쳐 쓰는 등 안전 상태를 재차 점검하는 것이 일반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