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여성 과학기술인의 경력 개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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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응용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구혜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응용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에 더해 주택 구입과 인간관계를 추가로 포기해야 하는 '5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다.

젊은이 취업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취업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좋은 직업을 갖는 것 간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이 논쟁을 부르고 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해도 경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높다.

실제로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1990년대 후반의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대변되는 외환 위기 이후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도 '5포'의 다섯 가지 이상을 더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캄캄한 상황이다.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한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5포 세대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0대 여성에게서 가장 높았다. 이는 결혼, 출산,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의 가능성이 남성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구직 활동을 하는 여성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은 정말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에게 '좋은 일자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볼 기회는 적다. 수많은 기업에 응시원서를 내다 최종 합격하게 된 기업이 자신의 직장 공산이 크다.

요즘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은 대기업을 선호한다. 연봉이 높으면서도 남들이 알아주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당연하다.

이렇게 고 스펙 보유자가 넘쳐 나는 세상에서 '눈앞의 취업 성공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생에서 중요한 여러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커리어를 개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취업 문턱 넘기가 어려워서 일종의 도피처로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커리어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진학은 현명한 선택이다. 과학기술계에 한정해서 얘기한다고 해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학업을 계속하면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단순히 학력이라는 '스펙'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과학기술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과학기술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동시에 국가가 필요로 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로 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성이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연구개발(R&D) 잠재력이 높은 인재로 성장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과 삶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은 아직 개인의 노력만으로 어렵다.

예전보다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에서 남성보다 큰 부담을 지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현실과 특수성을 모두 감안할 때 과학기술 분야의 경력 유지와 함께 경력 단절 시 다시 복귀하는 데에는 분명 어려움이 따른다.

이 문제는 개인 차원의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고급 인력 활용 측면에서 사회 비효율을 초래한다. 정부 차원에서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지원 정책 및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도 잘 활용해야 한다.

이공계 여성 인재 대상으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를 통한 일자리 지원, 교육 경력 지원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구직 활동, 경력 개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회가 지원하고 여성 스스로 경력 개발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더 많은 가능성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구혜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응용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 koohy@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