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韓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신중해야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한국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중단조치) 발동 여부를 가린다. 최종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발동 가능성이 상당히 짙게 점쳐진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이번 사태까지 줄곧 10년 동안 집요하게 한국 세탁기를 물고 늘어졌다. 삼성·LG가 멕시코에서 중국으로, 다시 베트남 등으로 세탁기 생산지를 바꿀 때마다 어느 땐 관세가 붙기도 했고 월풀 제소가 기각되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 정부 내에서도 정권에 따라 '경쟁이 가져오는 효과'와 '자국 산업 보호'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의 '자국 보호주의자'란 점을 감안하면 월풀은 이번만큼은 승기를 확실히 잡은 셈이다. 그러나 이게 과연 월풀의 미래나 미국 가전산업 경쟁력, 나아가 자국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냐 했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7년 미국 시장 점유율 1%에 불과하던 삼성 세탁기는 올해 19.2%로 높아졌다. LG 세탁기도 같은 기간 10% 안팎에서 15.6%로 상승했다. 과연 이것이 월풀의 주장대로 가격만으로 가능한 이야기일지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10년 전 37%이던 점유율이 올해 35.3%로 소폭 낮아진 월풀은 그동안 경쟁자를 '링'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제품 혁신, 디자인 개발, 참신한 아이디어 적용 등은 뒷전으로 미뤘다. 이러면서 월풀이 최근 “신제품 계획이 없어 직원이 고용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천명한 것은 다분히 트럼프 정부를 향한 응석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 자유로운 경쟁이 원칙인 시대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일자리와 시장 안정을 근거로 한국 세탁기에 지극히 불리한 징벌성 조치를 가하는 것은 결국 현지 투자와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소비자의 이익을 멀리하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다.

[사설]美, 韓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신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