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OLED 권불십년 안 되려면

한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이 권불십년(權不十年)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94%에 이르는 한국 생산 능력 점유율이 앞으로 5년 뒤 63%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기업이 빠른 기세로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약 30%를 잠식하는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10년 뒤 한국이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비상은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효과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공장을 세우는데 천문학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초기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으로 보였다. 기술과 생산 경험이 축적되면서 성장 궤도에 안착했다. 이미 LCD 산업에서 성공해 봤기 때문에 OLED에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신기술은 초기엔 혁신 속도가 빨라 선발 주자가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술이 성숙하면 혁신은 더뎌지기 마련이다. 애플이 처음 스마트폰을 선보인 뒤 몇 년 후 후발 주자가 비슷한 제품을 일제히 쏟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OLED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두 가지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첫 번째는 OLED 생산량 확대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자의 추격 의지를 꺾은 '치킨게임'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패널 대형화로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추면 경쟁사를 '수익 절벽'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 또 하나는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 OLED 시장에 수출할 장비와 재료 등 후방산업을 빠르게 육성하는 것이다. 일본이 LCD 주도권을 한국에 넘겨주고도 후방산업 수출로 건재하던 점을 배워야 한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변해야 한다. 정부는 기술 혁신이 일사천리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보다 산업 진흥 정책에 방점을 둬야 한다. 패널 대기업도 장비와 재료 국산화에 대승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예견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