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넘어 '모빌리티' 계열사도 피섞는 카카오-한투 "초기투자 신뢰로 포괄적 협력"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방위 협업에 나섰다.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 주주로 참여한 데 이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의 자금 조달과 상장 주관에도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가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초기 벤처투자에서 시작된 신뢰가 신사업 발굴을 위한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교통 부문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최종 결정했다. 카카오는 이날 텍사스퍼시픽글로벌(TPG) 컨소시엄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2500억원어치를 처분했다. 3개월 이내에 500억원 규모의 지분도 추가 매각할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자본 확충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뿐만 아니라 한국투자증권까지 재무투자자(FI)로 참여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지분 가운데 1.78%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몫이다. 한투파와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104억원, 12억원을 투자해 총 42만주를 취득했다. 유상증자는 카카오와 다국적 사모펀드인 TPG컨소시엄(한투파,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 등 참여)이 체결한 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에 따른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6월 말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주식 441만주를 3000억원에 TPG컨소시움에 처분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29만주를 2000억원에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금융 고위 관계자는 “당초 유상 증자와 지분 매입 논의가 있던 당시부터 한국투자증권이 일부 물량을 소화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면서 “이미 카카오가 인수한 김기사(현 카카오내비)에 투자할 당시에도 모빌리티 시장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업계는 한국투자금융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로 카카오뱅크 등 금융뿐만 정보기술(IT) 부문 전반에 걸친 포괄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추후 카카오모빌리티 상장도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의 협력 관계는 초기 벤처투자에 따른 신뢰가 바탕이 됐다. 실제 한투파는 2011년 벤처캐피털(VC) 가운데 처음으로 카카오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약 16배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 카카오는 2015년 한투파가 투자한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김기사를 626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뱅크 설립 과정에서 한국투자금융이 자본을 대거 투입한 이유도 장기간 쌓은 신뢰에서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관계는 앞으로 카카오의 지주사 체제 개편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지분 스와프까지 갈 수 있게 된 것도 결국 신사업 투자를 위한 공동 펀드 조성부터 시작했다”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출범을 앞둔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카카오뱅크와 협력한다면 굳이 은행과 경쟁하며 지점 확대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자 및 파트너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