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다이슨이 자동차 만드는 시대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이 2020년 프리미엄 전기자동차를 출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3조원에 이르는 공격적 투자로 가전업체에서 자동차 메이커로의 도전을 선언했다.

전기차의 핵심은 모터와 배터리다. 용량과 적용 분야에서 차이는 있지만 청소기에서 쌓아 온 노하우를 감안할 때 다이슨의 시도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가전업체가 자동차를 만들 정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데스크라인]다이슨이 자동차 만드는 시대

전기차는 기존의 엔진 차와 달리 부품의 적절한 조합으로 좀 더 쉽게 제품화할 수 있다. 오랜 '장인정신'이 필요한 엔진과 달리 전기차는 O와 X로 결과를 내는 디지털에 가깝다. 부품 수도 엔진차 40%에 불과하고, 성능 예측도 대체로 쉽다.

배터리와 모터를 외부에서 구매한 전기차 제조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창모터스와 쎄미시스코 같은 국내 중소기업까지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 제조가 오랜 경험을 축적한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졌다.

다이슨이 겪을 문제는 기술보다 마케팅과 판매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유의 자동차 마케팅 능력을 단기간에 흡수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자동차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이 부분도 해소될 가능성이 상당 부분 제시된 편이다.

테슬라는 온라인 판매만으로 자동차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 자동차 공유, 렌털 시장에서 기업간거래(B2B)를 택한다면 복잡한 기존의 차 유통망은 필요하지 않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 유통망을 빌려 쓰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동차 제조는 물론 마케팅에서도 새로운 시대가 이미 열린 것이다.

[데스크라인]다이슨이 자동차 만드는 시대

다이슨이 자동차에 뛰어들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삼성과 LG로 옮아간다. 모터와 배터리 기술이라면 다이슨에 절대 뒤지지 않는 두 회사다. 더욱이 삼성과 LG 모두 계열사를 통해 모터와 배터리는 물론 차체, 오디오, 차량용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까지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두 회사의 제조 기술 역시 '글로벌 톱' 수준이다. 전장 부품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이면서 자동차 사업 감각을 익혀 왔다는 점도 있다.

삼성과 LG가 단기간 내 완성차 시장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은 있을까. 이들이 완성차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기술 장벽 때문이 아니다. 전장 부품에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애플과 삼성전자 인터넷모바일(IM) 사업부가 혜택을 봤지만 노키아나 LG전자의 시장 지위는 오히려 추락했다. 실제 이익은 부품 사업자가 얻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드는 퀄컴, 저장장치·AP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큰 기회를 잡았다.

미래 자동차에서도 완성차 제조사만 부각되는 건 아니다. 삼성과 LG의 지향점은 벤츠나 BMW가 아니라 콘티넨털(독일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에 가깝다. LG는 회사 로고를 부착한 완성차를 내놓는 것보다 다수의 완성차 제조사를 고객으로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높다. 삼성도 차 전장, 인공지능(AI) 회사를 꾸준히 인수합병(M&A)했다. 완성차보다 요소 기술 확보로 B2B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모습이다.

[데스크라인]다이슨이 자동차 만드는 시대

자동차는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날 산업이다. 격변기에 새 기회를 잡을 회사도 있지만 반대로 밀려날 기업도 나타날 것이다. 지금은 전통의 자동차 시장 흐름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변화의 파도를 타며 새 기회를 노리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